쓰레기 작업일지
7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막막함과 완벽함 바깥에서

제로웨이스트는 성공할 수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단 하나의 쓰레기도 내놓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제로웨이스트의 ‘제로’는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 지향해야 하는 가치에 가깝다. 같은 맥락에서 완벽한 친환경주의자도 있을 수 없다. 사람은 살면서 어떤 식으로든 세상을 오염시킨다. 이 거대한 환경 오염의 벽은 깨기 어려워 보인다. 내가 바뀐다고, 세상이 바뀔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막막함을 덜어 주는 연구가 있다.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 〈사회 변화를 위한 티핑 포인트〉에 따르면 구성원의 25퍼센트가 새로운 규범을 따르면 집단 전체로 변화가 확산할 수 있다. 네 명 중 한 명이 바뀌면 사회 전체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환경 오염을 줄여 보겠다는 소수가 나타나면 세상은 변화의 물꼬를 튼다. 이 생각은 《쓰레기 작업일지》뿐 아니라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이들을 받치고 있는 토대다.

이 책의 저자는 김나은, 우인영, 홍글로 구성된 단체 ‘피스모아’다. 이들의 본업은 환경 활동가가 아니다. 각자 광고 디자이너, 의류 생산자, UI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버려진 옷을 업사이클링하는 피스모아 활동은 이들의 사이드 프로젝트다. 피스모아는 이들의 개인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 《쓰레기 작업일지》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쓰레기 작업일지》는 환경 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혹은 이대로만 실천하라는 강령도 아니다. 이 책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환경 보호는 더 큰 불편함을 막기 위해 사소한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다. 이 책이 사회 변화의 티핑 포인트로 다가가는 작은 불씨가 되길 바란다.

김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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