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하거나 창궐하거나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곤충 생태계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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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올리버 밀먼
에디터 신아람
발행일 2022.08.17
리딩타임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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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3,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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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치솟는 열기가 생태계를 불사르고 있다. 붕괴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곤충도 예외는 없다.

이번 여름, 서울에 80년만의 기록적 폭우가 내렸다. 지난 8일 동작구에 하루 동안 내린 폭우는 380밀리미터가 넘는다. 15일 오후 6시 기준 열네 명이 숨졌고 여섯 명이 실종됐으며 수천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강원도와 충청도도 물바다가 됐다.

그야말로 기후 재난이다. 이대로라면 21세기 안에 세계의 기온이 3℃ 넘게 상승한다. 그렇게 되면 작물이 자랄 수 있는 땅,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땅이 급격히 줄어든다. 인간이 지구에 놓은 불이 땅과 대기를 덥힐수록 생태계는 아수라장이 된다.

곤충도 예외는 없다. 지구온난화는 곤충 생태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런 상황에서 곤충들은 멸종하거나 창궐하거나 둘 중 하나다. 온대와 극지방에 살던 곤충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고, 열대 곤충들은 규모와 몸집을 어마어마하게 불리고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는다.

그러나 정말로 두려워 할 것은 ‘괴물 메뚜기’ 따위가 아니라 기후 위기 그 자체다. 진정한 위협은 괴물처럼 이 행성을 살라 먹는 인간이다. 균형은 이미 깨졌다.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위기가 불가역의 선을 넘기 전에.


The Guardian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d〉를 소개합니다.〈The Long Read〉는 기사 한 편이 단편소설 분량입니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합니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세계적인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합니다.

원문: 완결
 
저자 소개
저자 올리버 밀먼(Oliver Milman)은 미국 가디언(Guardian US) 환경 담당 기자다.

역자 전리오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총연극회 활동을 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장편 소설과 단행본을 출간했다. 음악, 환경, 국제 이슈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현재 소설을 쓰면서 번역을 한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공격 받는 곤충들
2. 무너지는 먹이 사슬
3. 대왕 곤충 떼의 습격
4. 진정한 위협은


에디터의 밑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온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곤충들은 몇 도가량의 기온 상승에도 대처할 수 있으리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스웨덴과 스페인의 연구자들은 온대에 서식하는 곤충들의 대부분이 추운 시기가 되면 활동을 멈춘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곤충들의 생애가 불과 몇 개월의 따뜻한 시기에 한정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온대 곤충들 역시 점점 더 견딜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기 시작한다.”

“곤충들은 자연환경과 매우 긴밀하게 엮여 있기 때문에 생태계의 일정한 리듬 가운데에서 어느 하나라도 갑자기 요동치는 순간이 발생한다면 그것을 아주 민감하게 감지한다. 특히 봄이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빨리 찾아오면서 곤충들의 자연스러운 생태 주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자연이 더 일찍 따뜻해진다는 증거가 영국에 많습니다. 그래서 근래 모든 벌이 세상에 더 일찍 나오고 있죠. 하지만 꽃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낮의 길이까지 바뀌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꽃가루받이 곤충들과 식물들 사이에 이러한 어긋남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매우 민감하고 섬세한 먹이사슬 전체에 지장을 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2020년 아프리카의 동부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 떼가 출현하여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그 전년도에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은 평균 강수량보다 400퍼센트 이상의 어마어마한 폭우가 강타하면서 메뚜기들의 번식이 더욱 활발해졌다. 기온 상승 역시 메뚜기 개체 수의 증가를 더욱 부추긴 것으로 여겨진다.”

“살인 말벌들이 날아와 습격한다거나 어떠한 역경에도 끄떡없는 바퀴벌레들이 치솟는 기온을 뚫고 진군해 온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끔찍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현실에서 진정으로 두려운 부분은 기후 붕괴 그 자체다. 이는 우리가 우리 자신과 다른 모든 생물들에게 자초한 실존적인 위협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친 듯이 경고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지나치게 나태한 태도로 일관하여 그것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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