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소득세 인하는 정말 파이를 키울까?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위험한 경제 논리.
세계화 시대에 불평등의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관점은 이제 상식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불평등은 세계 경제의 영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1980년 이후로 미국,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불평등 지수가 대폭 상승한 반면, 프랑스, 벨기에 헝가리 등에서는 그대로거나 감소했다.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경제학적 주장은 역설적으로 불평등이 심각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과 미국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소득이 가장 높은 계층의 세율을 인하하면서, 부자들의 세율이 낮아지면 근로 의욕이 높아져 경기가 부양되고 세수도 늘어난다고 설파한다. 경제학적 근거를 찾기 어려운 이 주장은 널리 받아들여진다. 사람들은 불평등이 공정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불평등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14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A4 8장 분량).
The Guardian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d〉를 소개합니다. 〈The Long Read〉는 기사 한 편이 단편소설 분량이라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하고,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치, 경제부터 패션, 테크까지 세계적인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합니다.
저자 소개
조너선 알드레드(Jonathan Aldred)는 에마뉘엘 대학 경제학과의 선임 연구원이자 학과장이다. 《Licence to be Bad: How Economics Corrupted Us》, 《The Skeptical Economist: Revealing the Ethics Inside Economics》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역자 전리오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총연극회 활동을 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장편 소설과 단행본을 출간했다. 음악, 환경, 국제 이슈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현재 소설을 쓰면서 번역을 한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불평등은 어쩔 수 없다?
부자들의 세금을 인상하면 우리는 더 가난해진다
1980년대 이후의 불평등
레이건과 대처 시대의 정치적 변환
2. 성공 이면의 행운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낙관
나의 몫은 나의 것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가
3. 과세 제도를 둘러싼 공론 변화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
영국과 미국의 세금 인하
모두가 승자가 되는 아이디어
4. 래퍼 곡선의 탄생
0과 100 사이 어딘가
레이건의 낙관주의
세금 인하와 GDP
5. 소득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소득세는 일종의 강탈 행위라는 생각
소유권 성립의 조건
화려한 고립 속 성공은 가능한가
먼저 읽어 보세요
래퍼 곡선은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아서 래퍼(Arthur Laffer)가 제시한 세율과 세수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이다. 소득세율이 0퍼센트일 때 정부 세수는 0이다. 반대로 세율이 100퍼센트일 경우에도 세수는 0이 된다. 소득을 모두 세금으로 걷어간다면 아무도 일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수가 가장 높아지는 세율은 0과 100 사이 어딘가에 있다. 세율에 따른 세수는 0에서부터 증가하다 어떤 지점에서 다시 감소하는 포물선 형태가 된다. 래퍼 곡선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감세 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세율을 낮추고 정부의 개입을 줄이면 생산성이 늘어나 세수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레이건 행정부는 최고 소득세율을 70퍼센트에서 28퍼센트까지 낮췄다.
에디터의 밑줄
“1980년에서 2016년 사이 총소득에서 최상위 1퍼센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과 영국 모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미국과 영국에서 하위 90퍼센트의 소득은 25년 동안 거의 늘지 않았다. 50년 전 미국의 CEO 한 명이 버는 평균 소득은 평범한 노동자들의 20배 정도였다. 오늘날 CEO 한 명이 벌어들이는 돈은 평범한 노동자들의 354배에 달한다.”
“성공의 이면에 행운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면 자신감을 높이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그리고 스스로가 성공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끼기 쉽다.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수많은 난관을 극복했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벌 자격이 있다고 믿을 것이다.”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이 높았다면 불평등도 정당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는 전혀 다른 현실이 있다. 사람들은 불평등이 공정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심각한 불평등을 견디고 있다. 사회가 불평등하기 때문에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불평등은 놀라운 자생력을 갖게 되었다.”
“불평등은 더 큰 불평등을 낳는다. 상위 1퍼센트는 더 부유해지면서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고 있고, 삶의 질을 높일 기회도 많이 갖는다. 선거 운동을 후원하는 것부터 특정한 제도와 규제에 대한 로비에 이르기까지, 정치에도 점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결과, 부자들에게만 도움이 되고 비효율적이며 낭비적인 정책들이 양산되고 있다. 좌파 비평가들은 이를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라고 부른다.”
“세금 인하가 세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논리적인 가능성일 뿐, 실증적인 근거는 없었다. 심지어 6년 후 집권한 레이건 행정부에 고용된 경제학자들조차도 이러한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슈퍼리치들의 불평을 비웃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불평 뒤에 자리한 발상을 별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소득세는 일종의 강탈 행위로, 소득을 벌어들인 사람들이 마땅히 소유해야 하는 돈을 정부가 가져간다는 사고방식 말이다. 이는 세금이란 기껏해야 필요악이고, 가능한 한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우리가 부유한 나라에서 마주하는 불평등은 어쩔 수 없는 시장의 힘보다는 정부의 정책 결정에 의해 발생했다. 정책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불평등을 통제하기를 원해야 한다.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정부 정책과 사회 전반의 핵심 목표로 만들어야만 한다.”
코멘트
우리는 어느새 세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평등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저자는 불평등은 원래 통제할 수 있는 요소였음을 상기시킨다. 중요한 것은 불평등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줄이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제 구조와 불평등을 다시 돌아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북저널리즘 에디터 소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