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3일 정치, 경제, 사회
리뷰: 지금, 우리 곁의 사이보그들
‘사이보그’는 기계와 결합한 새로운 인간을 의미한다. SF물에나 나올 법한 추상적인 존재로 여겨지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사이보그가 있다. 보청기, 휠체어, 의족 등이 이제는 신체 일부가 된 장애인들이다. 가슴에 아크 원자로를 달고 세계 평화를 지킨 아이언맨과 달리 우리 이웃 사이보그들은 불편한 기계와 연결되어 있다.

핵심 요약: 《사이보그가 되다》의 저자 김초엽 SF 소설가, 김원영 변호사는 각각 보청기를 착용하고 휠체어를 탄다. 장애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또 기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두 사람은 지금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재설계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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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9일 경제
책 리뷰: 2030 축의 전환
익숙했던 세상의 법칙이 흐릿해지고 있다.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도 집에서 업무를 할 수 있고, 국가가 발행하지 않은 비트코인은 달러의 위상에 도전하고 있다. 《2030 축의 전환》의 저자이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국제 경영학 교수인 마우로 기옌은 변화의 흐름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수평적 사고’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핵심 요약: 미래를 정의할 커다란 흐름은 크게 다섯 가지다. 출생률 하락, 여성의 약진, 실버 세대의 부상, 전 지구의 도시화, 신흥 공업국 중산층의 부상이다. 기옌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과 인공지능, 블록체인, 가상 현실 등의 전례 없는 신기술이 어떻게 상호 작용할지에 집중한다. 기옌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열린 사고와 유연한 전략,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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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1일 경제
책 리뷰: 완벽한 품질, 진실성, 고결함
밥 아이거는 15년 동안 디즈니를 이끈 최고 경영자(CEO)다. ABC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제작 현장의 막내로 커리어를 시작해 ABC 스포츠 사장, ABC 엔터테인먼트 사장을 거쳤다. ABC가 디즈니에 인수 합병된 후에는 디즈니 고위 경영진에 합류했다. 아이거가 45년 동안 일하면서 상사로부터 배운 것, 리더로서 경험한 것을 담은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통해 리더십의 원칙을 들여다본다.

핵심 요약: 리더십의 기본은 좋은 일은 키우고, 나쁜 일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아이거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창의성을 장려할 것, 제품을 최고로 뛰어나게 만들 것, 높은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일관되게 적용할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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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3일 경제, 사회
다큐 리뷰: 명장들이 말하는 ‘승리의 법칙’
‘리더의 숙명은 외로움’이라지만, 넷플릭스 5부작 다큐멘터리 〈플레이북: 게임의 법칙〉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외로움은 리더의 숙명이 아니라 실패다. 세계적인 명장 반열에 오른 스포츠 지도자 5명은 리더 혼자서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부제는 ‘경기의 규칙, 인생의 규칙’이다.

핵심 요약: 미국 프로 농구(NBA) 우승 팀을 이끈 닥 리버스, 세계 최강 미국 여자 축구 대표 팀을 만든 질 엘리스, 유럽 3대 프로 축구를 제패한 조제 무리뉴, 세계 테니스 챔피언을 지도한 파트리크 무라토글루, 여자 농구의 판도를 바꾼 돈 스테일리. 종목, 국적, 인종, 성별이 제각각인 명장들이 전한 ‘승리의 법칙’을 살펴본다. 감독을 리더, 대표, 팀장으로, 선수를 팀원으로 바꿔 생각하면 이 법칙을 모든 조직에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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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3일 경제
책 리뷰: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
뒷마당 낡은 헛간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아웃도어 기업이 된 파타고니아. 놀라운 성공의 배경에는 한계를 넓히려고 노력하되 한계를 넘지는 않으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장하는 경영 철학이 있었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쓴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통해 파타고니아의 성장 스토리와 경영 철학을 들여다본다.

핵심 요약: 파타고니아는 전형적인 기업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반소비를 호소하고 친환경을 고집하고 공정 무역을 선도하는데, 매출이 줄기는커녕 매해 성장률을 경신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100년 앞을 내다보고 지구를 위해 옳은 일을 하면서도 압도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들에게는 지구가 목적이고, 사업은 수단이다.
인사이드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고,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 환경을 위해 새 옷을 사지 말고 수선해 입자고 하는데도, 매해 성장하고 열광적인 팬이 늘고 있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작은 해변 마을 벤투라에 있다. 직원들은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하러 나간다.
  • 등반가, 서퍼로 활동하던 이본 쉬나드는 1957년 암벽 등반 장비를 제작하는 ‘쉬나드 이큅먼트’를 설립한다. 1972년 럭비 셔츠를 만들며 의류 사업에 뛰어든다. 이후 점점 더 많은 의류 라인업을 갖추게 되면서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한다. 쉬나드 이큅먼트는 직원들에게 인수돼 블랙다이아몬드로 회사명을 바꾼다.
  •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업계를 선도해 왔다.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원단을 개발했고, 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해 1996년부터 모든 면제품을 유기농 목화로 만들어 왔다. 2013년에는 다운재킷에 학대받지 않은 거위의 털을 사용하기로 했다. 생산 노동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공정 무역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파타고니아가 재활용보다 더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적게 소비하는 것’이다. 타사 브랜드를 포함해 모든 의류 제품을 무상 수선해 주는 ‘원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1년에는 불필요한 구매를 줄이고 재활용을 독려하는 신문 광고를 냈는데, 자사 재킷과 함께 배치된 카피가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였다.

8가지 철학: 파타고니아에도 위기는 있었다. 성장기에 직원 규모를 지나치게 늘리는 바람에 1991년 불황이 찾아왔을 때 전 직원의 20퍼센트인 120명을 해고해야 했다. 회사가 가진 자원과 한계를 초과한 성장이 가져온 대가였다. 이본 쉬나드는 직원들과 함께 파타고니아산에 올라 ‘우리가 사업을 하는 이유’를 다시 고민한다. “우리가 직접 사용할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우리가 사랑하는 자연을 지킨다.” 가치관을 재정립한 그들은 8가지 철학을 명문화한다.
  • 제품 디자인 철학: 기능에 충실한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모든 디자인은 기능적 필요에서 시작한다. 내구성이 있고 수선이 가능하게 만든다. 오래 입을 수 있으면 그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 생산 철학: 파타고니아는 생태계다. 시스템 내 어디서든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공급업자, 도급업자와 상호 신뢰적 관계를 갖는다. 그들에게 좋은 것은 파타고니아에도 좋다.
  • 유통 철학: 소매점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독특하게 만든다. 도매 중개상과 동반자 관계를 맺어 그들이 파타고니아 스토리를 전하도록 한다. 카탈로그는 판매 도구라기보다 회사의 철학을 납득시키고 고객을 교육하는 시각 제품이다.
  • 마케팅 철학: 억대 모델보다 ‘진짜’ 순간을 솔직하게 보여 준다. 예컨대 플리스 재킷을 추장에게 입히고 사진을 찍는 일은 하지 않는다. 대신 산기슭의 녹슨 쉐보레 자동차 위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등반가를 촬영한다.
  • 재무 철학: 자연스러운 속도로만 성장한다. 한정된 자원을 끝없이 소비하고 폐기하는 세계 경제의 미래는 비관적이다. 외부 차입을 받지 않고 빚이 없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익을 내고 환경을 위해 쓴다.
  • 인사 철학: 고객처럼 생각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직원들이 핵심 고객이기 때문이다. 따분한 넥타이맨보다 떠돌이 암벽 등반가를 고용한다. 일은 즐거워야 한다. 파도가 좋을 때는 언제든 서핑을 하러 나갈 수 있어야 한다.
  • 경영 철학: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직원들을 움직이는 것은 명령이 아니라 명분이다. 권위적 규칙이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최고의 직원들은 신뢰가 없는 회사에서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 환경 철학: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지구를 위한 결정은 회사에도 좋은 결정이다.

최고의 문장: “회사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높은 값을 쳐주는 곳에 팔리는 상품이라는 발상을 버리면, 미래를 위한 모든 결정이 영향을 받는다. 소유주와 관리자들은 회사가 자신들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수익을 넘어서는 책임감을 가진다. 자신을 기업 문화, 자산, 직원들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이본 쉬나드는 회사도 지구도 모두 살아 있는 유기체로 봤다.

관련 주제 읽기: 파카로 세상을 구하다
2020년 6월 19일 경제
책 리뷰: 맞춤형 샴푸에서 DVD 배달까지,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크 랜돌프가 온라인 비디오테이프 가게를 열겠다고 했을 때 아내가 한 말이다. 마크 랜돌프는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이자 초대 CEO다. 그가 최초 공개하는 넷플릭스 창업 과정을 살펴본다.

핵심 요약: 이 책에는 넷플릭스가 아직 작은 발상에 불과하던 1997년 1월부터 나스닥 상장 이듬해인 2003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넷플릭스의 창업 스토리에는 거창한 신화나 계시의 순간이 없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뭔가를 발견하고, 바로 시도하고,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갔을 뿐이다.
샴푸에서 DVD 배달까지: 1997년 서른아홉의 마크 랜돌프가 처음 떠올린 사업 아이템은 맞춤형 샴푸 배달이었다. 이후 맞춤형 서핑보드, 개밥, 맞춤형 야구배트를 거쳐 마지막으로 꺼낸 아이디어가 온라인 비디오테이프 대여 서비스였다.
  • 넷플릭스 현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당시에도 이미 성공한 사업가였다. 마크 랜돌프가 다니던 회사를 인수하고 매각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크와 리드는 카풀로 함께 출근하며 사업 얘기를 나눴다. 마크가 아이템을 제안하면 리드가 조목조목 단점을 짚어 내는 식이었다.
  • 비디오테이프를 우편으로 빌려주는 아이디어에는 리드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비디오테이프가 비싸고 우편료도 많이 들어 사업성이 없었다. 그때 DVD가 세상에 나왔다. 마크는 사업 아이템을 온라인 DVD 대여 및 판매 서비스로 바꾼다. 마크는 시간을, 리드는 자본을 투자하기로 하고 넷플릭스를 공동 설립한다.
  • 1998년 4월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업 초기에는 DVD 판매가 매출의 97퍼센트를 차지했다. 그러나 온라인 DVD 판매 시장은 아마존이 뛰어들 것이 뻔했다. 마크는 매출의 3퍼센트에 불과했던 대여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고, 1999년 월 정액으로 연체료 없이 DVD를 빌려 보는 서비스를 내놓는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온탕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크 랜돌프는 ‘자유와 책임’이라는 넷플릭스의 문화를 만들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이 아니라 목적지만 알려 줬다. 분명한 책임을 부여하고, 책임을 완수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거의 완전한 자유를 줬다.
  • 넷플릭스를 설립하기 전, 마크는 사내 수영장과 온탕, 극장, 헬스클럽이 있는 회사에 다녔다. 그런데 회사가 제공하는 온탕에 몸을 담근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마크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온탕이나 공짜 간식이 아니라 자유와 책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 마크는 넷플릭스를 시작할 때부터 모든 직원을 어른으로 대했다. 예컨대 회사 안내 데스크의 직원에게 책상을 깨끗이 유지하라거나 책상에서 음식을 먹지 말라는 지침을 주지 않았다. 대신 ‘회사에 관해 가장 좋은 인상을 주라’는 한 문장만 제시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의 안내 데스크는 ‘진짜 최고’가 됐다.
  • 패티 맥코드가 넷플릭스에 최고인재책임자(CTO·Chief Talent Officer)로 합류하면서 ‘자유와 책임’의 문화가 확산된다. 그의 책 《파워풀》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문화는 정교한 시스템 개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책을 줄이고 절차를 제거하면서 생겨났다.

만드는 과정이 꿈: 마크 랜돌프는 돈이나 직함보다 뭔가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를 좋아했다. 넷플릭스라는 회사를 만드는 과정이 그의 꿈이었다.
  • 1999년 마크는 회사의 더 큰 성장을 위해 CEO 자리를 리드 헤이스팅스에게 넘기고 사장을 맡는다. 넷플릭스는 출범 4년 만인 2002년 나스닥에 상장하고, 이듬해 회원 수 100만 명을 돌파한다. 꿈이 현실이 된 순간, 마크는 삶의 한 단계가 끝났음을 직감한다.
  • 마크가 사랑했던 것은 “회사를 세우고, 비틀거리는 것을 지켜보고, 다시 세우는 과정” 자체였다. 넷플릭스가 너무 커버리자 그는 여전히 넷플릭스를 사랑하지만 더 이상 일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2003년 마크는 넷플릭스를 떠난다.

꿈을 현실로 바꾸려면: 마크는 “그냥 시작해 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결과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꿈을 이루기까지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때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최고의 문장: 넷플릭스 창업 과정을 회고하는 경영 서적이지만, 가족과 친구, 팀원 사이의 믿음과 헌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책 첫머리에 나오는 아내에게 보내는 헌사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던 아내 로레인에게. 내 사업 구상은 믿지 않았지만, 나를 항상 믿어 줬다는 사실은 알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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