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베리 나이스: 영화 보랏은 카자흐스탄 방송국 리포터가 미국 사회 곳곳을 헤집고 다니는 이야기다. 2006년에 1편이 나왔고, 지난달 23일 아마존 프라임에서 속편이 공개됐다. 영국 배우 사챠 바론 코헨이 카자흐스탄 리포터 보랏 역을 연기했다.
- 이 영화는 허구와 사실을 섞은 모큐멘터리(mockumentary) 형식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미국인들은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다. 주인공 보랏을 실제 카자흐스탄의 방송국 리포터로 오인하고 대한다.
- 영화 속 카자흐스탄 어린이는 총을 들고 담배를 피운다. 여성은 남성의 도구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말 소변도 마신다. 모두 허구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1편 개봉 당시 국가 비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자국 내 상영을 금지하고, 《뉴욕타임스》에 반박 광고도 실었다.
- 이 영화 1편은 세계적으로 2억 6200만 달러(3000억 원)를 벌며 흥행에 성공했다. 카자흐스탄 관광 비자 신청도 10배 이상 늘었다. 그러자 이번에 속편이 나왔을 때 카자흐스탄 정부는 입장을 바꿔 보랏의 유행어 “베리 나이스”를 아예 국가 관광 슬로건으로 채택했다. #카자흐스탄 관광 홍보 영상 보기
허구로 숨겨진 민낯을 밝히다: 이 영화의 진짜 목적은 카자흐스탄 비하가 아니다. 주인공 보랏이 선진국인 미국에 가야 하는 당위를 과하게 설정한 것이다. 영화 1편과 속편은 주인공이 미국에서 발견한 보수 진영과 일부 시민의 극단주의를 풍자한다.
- 보랏은 어리숙한 리포터인 척하며 일부 미국인의 극우 발언을 여과 없이 듣고 전한다. 소수 인종과 동성애자 비하, 성차별, 노예제 부활 같은 얘기가 예사로 나온다. 모기약으로 코로나19 방역을 하고, “코로나보다 민주주의가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담겼다.
- 이 영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기자 역할 배우와 침실에 들어가 바지춤에 손을 넣는 장면까지 몰래 카메라에 담아 공개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부적절한 행동은 없었다”며 “모두 거짓말”이라고 반발했다.
- 영화는 주인공이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 복장을 하고 공화당 행사에 제지 없이 들어가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가 극우 발언을 쏟아 내는 모습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을 일삼은 비겁한 영화”라고 비판했다.
미국이라 가능한 보랏: 영화 제작사는 1편 개봉 후 배우에게 속은 출연진과 단체에게 줄소송을 당했다. 하지만 저작권 관련 일부 소송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랏 측이 승소했다. 속편에 대해서도 아직 법적 대응은 없다. 미국은 수정 헌법 1조에서 언론과 출판, 표현의 자유를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로 강조하기
때문이다. 한편 카자흐스탄 정부가 보랏의 유행어를 관광 슬로건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보랏 역을 연기한 배우 코헨은 미국에서 알려지지 않은 나라라 카자흐스탄을 선택했을 뿐이라며 “진짜 카자흐스탄은 현대적이고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나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