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손정의: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통해 전 세계 1140여 개 기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투자사의 저조한 실적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소프트뱅크 보유 자산 4조 5000억 엔(50조 3000억 원)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 185억 달러(22조 4312억 원)를 투자한 위워크는 지난해 9월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했다가 실패했다. 기업 가치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 우버와 슬랙도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 측근들도 떠나고 있다. 올해 들어 비전펀드의 파트너급 고위 관계자 네 명이 사임했다.
나는 천재다: 손 회장은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등과 비견되는 천재로 꼽혀 왔다. 그의 성장 과정은 소설 속 영웅담을 연상시킨다.
- 재일 교포 3세인 손 회장은 일본 규슈의 한인촌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차별로 위축된 아들을 북돋워 주기 위해 ‘너는 천재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손 회장은 ‘정말 내가 천재인가’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 그는 열일곱에 혼자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1977년 UC버클리 재학 시절에는 전자 사전에 활용된 기술인 언어 번역기를 개발해 샤프에 특허권을 팔았다. 당시 돈으로 1억 엔 이상을 벌었다.
승부사 손정의: 1981년 단 두 명의 직원과 함께 창업한 소프트뱅크를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투자를 통해 글로벌 통신 기업으로 키워 냈다. 다수가 주목하지 않는 분야를 발굴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승부사 기질이 있는 인물이다.
- 1986년 벤처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일본에 독점 판매해 수익을 올렸다. 1996년에는 야후 지분을 인수해 현재 일본 포털 1위인 야후재팬을 설립했다. 2006년에는 보다폰재팬을 인수해 아이폰을 독점 판매하며 소프트뱅크를 성장시켰다.
- 야후, 알리바바, 슈퍼셀 등에 초기 투자해 수천 배에서 1만 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로 자산 99퍼센트가 증발됐던 위기를 알리바바 투자로 극복했다.
마지막 승부: 손 회장은 2016년, 60세에 은퇴한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최소 5년 더 소프트뱅크를 경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후계자까지 정해진 상태의 급작스런 결정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패러다임 전환이 오고 있어서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의 예언대로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패러다임 전환을 맞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손 회장이 투자한 전자 상거래,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기업들이 코로나 사태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승부사 손정의의 마지막 승부는 지금부터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