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 ‘사건’: 게임스톱으로 대표되는 저가 주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결집한 개미들의 투자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개미들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 시장 상황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아니라 스스로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직접 판단하기 시작했다.
- 게임스톱 열풍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주식 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서 시작됐다. 2019년 일부 이용자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딥 밸류(deep value, 극심한 저평가 상태)’라고 지목하면서 향후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점친 것이다.
- 터닝포인트는 반려동물 사료 업체 츄이의 창업자인 라이언 코언의 등장이었다. 지난해부터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코언이 13일 게임스톱 이사회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수세는 거세졌다. 코언이 게임스톱의 사업의 온라인 전환을 독려하면 아마존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이었다.
- 기관 투자자들의 냉소는 개미들의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공매도 투자 기관인 시트론 리서치는 게임스톱을 “망해 가고 있는 오프라인 상점 기반 유통 기업”이라고 평가하면서 주가 하락에 돈을 걸었다. 그러자 개미들은 “망하는 광경을 즐기겠다”며 매수에 나섰다.
현재까지의 스코어: 게임스톱 주가는 27일 기준 347.51달러로 올해 1월 1일 대비 700퍼센트 올랐다. 주가만 놓고 보면 개미들의
승리다.
- 개미들은 올해만 450개 점포를 정리할 계획인 상점 체인을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27일 게임스톱의 시가 총액은 265억 달러(29조 7000억 원)까지 치솟아 연간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항공사인 델타의 시가 총액을 앞섰다.
- 개미들의 공세에 공매도에 나선 기관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입고 있다. 금융 정보 분석 기업인 S3파트너스에 따르면 27일 기준 게임스톱 공매도 기관들의 손실액은 236억 달러(26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시트론 리서치, 멜빈 캐피털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도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 투자를 중단했다.
- 월스트리트베츠의 관리자라고 밝힌 한 트위터 계정은 “우리는 이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강력한 집단이 됐다”고 썼다. 한 개인 투자자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의 늑대들에게 샌프란시스코의 비둘기들이 너의 점심을 빼앗아 먹을 것이라고 전해 달라”고 했다.
전망: 개미들은 승리를 선언했지만, 관련 기관들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제2의 닷컴 버블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집단적으로 움직이면서 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개미들이 비판해 온 금융 기관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재무부와 백악관이 게임스톱을 포함해 최근 주가가 폭등한 기업들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