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냥꾼의 사회 우리는 왜 서로를 혐오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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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석승혜, 김남옥
발행일 2019.04.22
리딩타임 6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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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불안 사회,
타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불안의 다른 얼굴이다.


한국 사회에 혐오의 메시지가 난무한다. 엄마는 식당에 아이를 데려왔다고 ‘맘충’이 되고, 노인들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틀딱충’이라 불린다. 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대신, 차이를 문제로 규정하고 배제하는 혐오의 논리가 먼저 작동한다. 저자는 차별과 혐오라는 현상 뒤에 불안이라는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인들은 매일의 삶을 생존 경쟁처럼 여기고, 내가 속한 사회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을 안고 산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관계에서 우열을 가리고, 내가 상대보다 낫다는 얄팍한 우위에 기대어 살아간다. 살아남기 위해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회, 생존 불안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
저자 소개
석승혜는 강원대학교 사회통합연구센터 연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문화, 기술, 감정을 키워드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극우주의의 프레임과 감정 정치〉, 〈한국의 중도 집단은 탈도덕적인가?〉 등의 논문을 집필했다.
김남옥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 교수를 거쳐, 강원대학교 사회통합연구센터 연구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누엘 카스텔》과 《향수 속의 한국 사회》(공저) 등이 있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화. 불안을 공유하는 나라
우리는 사냥터에 산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
존중 품귀 사회

2화. 표적이 되는 사람들
구별 짓기의 동역학
경계 밖의 마이너리티

3화. 벌레 공화국과 불행 배틀
수치심 감소의 정치
벌레 공화국과 불행 배틀

4화. 평범한 얼굴의 혐오
행동하는 노인의 탄생
가족 국가 노스탤지어
프레임 전쟁

5화. 끝나지 않는 인정 게임
젠더 갈등과 혐오 문법
끝나지 않는 인정 게임

6화. 고위험 에너지의 재배치
무기력을 되풀이하다
을의 전쟁을 넘어서

7화. 굴욕 당하지 않을 권리

8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존중 사회를 향한 첫걸음

먼저 읽어 보세요

강원대학교와 한국리서치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설문 조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마이너리티 차별 양상을 조사했다. 1만 3000여 명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마이너리티는 전통적인 차별 대상인 빈민과 장애인, 미혼모 등을 넘어 성 소수자, 오타쿠, 게이머 등 취향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못생긴 여자나 키 작은 남자, 취업 포기자 등 주관적 선호의 영역에서 새롭게 생겨난 차별 대상도 있다. 우열의 문제를 넘어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차별의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연구는 차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삶에 대한 통제감 상실과 경쟁의 내면화를 지적한다. 마이너리티 생산은 삶에 대한 통제감을 잃은 사람들이 정체성 보존을 위해 구사하는 방어 전략이다.

에디터의 밑줄

“구별 짓기는 지배의 한 방식이다. 기득권은 다르다는 이유로 경계선을 긋고 차이에 가치를 매긴다. 우리를 그들보다 더 뛰어난 존재로 만들어야 자원 독점, 지위 획득, 위험 회피와 같은 우리 집단의 이익을 유지하고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들 집단을 더럽고 열등하며 병리적인 존재,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으면 우리 집단의 이득으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가진 혐오의 감정이 벌레라는 ‘극혐’ 대상들을 창조해 낸다. 특정 집단을 벌레로 규정하는 것은 각종 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할 수 있는 상징 표적을 만드는 일이고, 사회를 갉아 먹고 있다는 죗값을 물어 상대를 처벌할 이유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남성은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하류층은 상류층을, 상류층은 하류층을, 청년은 노인을, 기성세대는 청년 세대를, 보수는 진보를, 진보는 보수를 단죄하려는 집합 심리가 거대한 벌레 공화국을 만들고 있다.”

“살아남기 급급한 하류 노인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최고의 권위와 지배력으로 분명한 미래와 희망을 제시한 인물이다. 무한한 자유와 불확실성으로 고통스러운 현재와 달리, 과거에는 명료한 질서와 규율이 존재했다. 그래서 태극기 집회의 노인들은 서슴없이 우리나라에는 독재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노인의 뇌리 속에서 국가는 아직까지 세습 왕조의 모습을 하고 있고, 지도자는 이들이 말하는 조국의 실체인 것이다.”

“일베 청년들은 자신이 취업을 포기한 이유를 무능한 진보 세력의 탓으로 돌리고, 결혼과 출산 포기는 남성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정의롭지 못한 여성들의 탓으로 돌린다. 전통적인 진보 세력은 민주화 운동을 통해 한 자리씩 차지한 꼰대일 뿐이고, 여성은 남성의 노력에 무임승차해 불공정하게 이득을 챙기는 김치녀다. 남성에게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여성에 대한 갈망은 상대적으로 권리 의식과 자기주장이 확실한 교육받은 동 세대 여성들과의 상호 작용에서 산산이 부서져 나간다. 현실 어디에도 그런 여성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긴장으로 가득한 모험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삶의 지배자가 되어야 한다. 유동하는 사회에서 통제감을 상실한 청년에게 모험은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이들은 대신 액체 괴물이나 자율 감각 쾌락 반응(ASMR) 영상, 성의 없이 대충 그린 느낌의 밍밍이 이모티콘, 고독한 채팅방 등 무가치해 보이고 평범한 것에서 의미를 찾는다.”

“청년이 연금충, 틀딱충 등으로 부르는 노인은 연금에 목숨 걸고, 지하철을 타고 다닐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다시 말해 흙수저 청년과 동일한 계급에 놓여 있는 하층 내부의 노인들을 향한다. 노인들은 이들의 막말에 상처를 받고, 자신들의 청년 시절과 비교하여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요즘 것들’을 비난한다. 결국 세대 갈등에서 상층 노인은 사라지고, 갈등은 하류 노인과 흙수저 청년 사이의 인정 투쟁으로 변모한다.”

“태극기 노인이나 일베는 노스탤지어라는 소망 사고를 바탕으로 타인에게 분노를 전환하는 방식을 택하며, 집단에 몰입하는 방식으로 삶의 에너지를 고양하고자 한다. 메갈리아나 워마드의 여성 운동도 기성세대의 페미니즘 운동이나 남성과의 거리를 두고, 협소한 집단의 도덕에 몰입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이들의 집합 운동에 동력이 되는 에너지는 분노나 회한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동반하는 고위험 에너지다.”
코멘트

혐오 문제를 분석한 콘텐츠는 많지만, 상당수가 ‘혐오는 나쁘다’는 당위를 말하는 데 그치는 점이 아쉬웠다. 저자는 혐오의 원인으로 한국 사회의 불안을 지적한다. 혐오라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안이라는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위적인 메시지에서 나아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디서부터 고민해야 할지를 알려 주는 글이다.
북저널리즘 곽민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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