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화. 시한폭탄이 된 영국의 헌법
영국 정치의 불확실성과 헌법
EU의 틀에서 빠져 나온 영국의 미래
무한대에 가까운 유연성은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
2화. 문제는 영국의 정치가 아니라 구조다
국민과 의원이 총리를 뽑을 수 없다?
정치인도 모르는 헌법
헌법의 ‘정신적 상태’와 ‘좋은 녀석들’
블레어와 캐머런의 개혁과 그 결과
EU라는 헌법적 보호막이 없다면
영국의 셀렉토크러시
최악의 선택지 사이에서
먼저 읽어 보세요
영국에 성문 헌법이 없는 이유는 19세기 시민혁명에 따라 제도 개혁 바람이 불었던 유럽 대륙과 달리 오랫동안 안정적인 정치 상황을 유지했던 탓이다. 민중 봉기와 전쟁 끝에 근대적인 의미의 헌법을 마련했던 프랑스나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영국은 오랜 의회 정치의 전통에 따라 얼마든지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영국인들은 법을 글로 남겨 놓았다가 권력자들이 조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의회 정치의 전통이 위협받는다고 여겼다. 이 때문에 영국 의회는 실용적이고 유연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는 동시에 의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결정이 무기한 연기될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문가영,
〈의회 민주주의 발상지 영국…브렉시트 ‘결정 장애’ 빠진 이유〉, 《매일경제》, 2019. 4. 4.
에디터의 밑줄
“‘의회의 어머니’라 불리는 영국 의회에선 아일랜드의 독립 전쟁을 제외하고 쿠데타, 혁명 또는 내전 없이 300년 넘는 기간 동안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다. 영국의 정치는 독립적인 의회 아래에서 진화하는 전통, 관습, 그리고 법에 의해 통치됐다. 정치의 안정성 덕분에 영국은 영국식 정부가 수 세기 동안 상식으로 다져진 굳건한 기초를 바탕으로 세워졌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납득시킬 수 있었다.”
“국민 투표는 EU를 떠나는 쪽을 택했지만,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은 남았다. 국민 투표는 브렉시트를 명령했지만, 브렉시트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하원 의원들이 국민 투표의 결과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의무와 유권자들의 최대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 의무를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불분명하다.”
“EU를 떠나는 일은 새로운 의심들과 함께 헌법에 많은 과제를 안긴다. EU 시민의 권리를 법적으로 담고 있는 기본권 헌장은 더 이상 영국 법정을 관할하지 않는다.”
“과거 새 총리는 선출된 하원 의원들이 뽑았다. 그러나 1998년 이후 보수당 하원 의원의 역할은 후보자를 두 명으로 추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메이 총리가 당선됐을 때처럼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최종 선택은 보수당원인 선거인단의 몫으로 남는다. 이들은 연금 수령이 가능한 비교적 높은 연령대에, 3분의 2 이상이 남성이며, 울버햄튼 인구의 딱 절반이다. 그리고 영국을 대표하는 선거인단이 되기에는 인종적으로 다양하지 않다.”
“개혁의 폭 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개혁이 아무렇지 않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의 권력 이양 국민 투표 관련 법안을 발표하던 날을 회상하면서 “그리고 나서 우리는 영국 영화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일곱 가지 계획을 발표했죠”라고 쾌활하게 덧붙였다. 당시 내각부 장관이었던 리처드 윌슨은 그 법안이 의회로 넘어오는 속도에 대해 “숨이 멎는 듯했다”고 회상했다.“
“브렉시트 찬반 국민 투표는 정당들을 위축시켰다. 정당들은 의회를 약화시켰다. 하원들이 아니라 당원들이 누가 그들을 이끌지, 더 나아가 누가 총리가 될지 최종 선택권을 갖게 됐다. 결과적으로 영국 정치는 ‘셀렉토크러시(selectocracy)’를 닮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