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비대면’은 일상이 됐습니다. 슈퍼스타 아티스트들은 랜선 콘서트를
우리 모두 ‘안방 1열’에서 관람했습니다. 스포츠 경기도 아쉬움 속에 무관중으로 치러졌습니다. 팬들은 종이로 만든 아바타를 경기장에 대신 보내 응원을 이어 가기도
사회적 거리 두기는 비즈니스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였죠. 명품 브랜드들도 온라인 샵을
제품이 배송돼 고객에게 닿기 직전까지의 순간을 단축하려는 ‘라스트 마일’ 선점 경쟁도 치열했죠. 아마존은 드론을 활용해 ‘30분 배송’을
극장 대신 스트리밍
또 다른 수혜자는 스트리밍 산업입니다. 넷플릭스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에미상에서 역대 최다 후보를
배출했습니다. 영화 개봉 전략도 달라졌습니다. 워너브라더스는 〈매트릭스4〉를 포함해 내년 신작 영화를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동시
개봉합니다. 올해 한국에 진출하는 디즈니의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1년 만에 구독자 8000만여 명을
확보했습니다. TV대신 OTT만 보는 ‘코드 네버’ 시대가 눈앞에 있습니다.
여행과 비행의 역발상
항공·숙박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생존 전략을 보여 줬습니다. 목적지 없이 출발지로 돌아오는 제자리 비행 상품은 우리나라와 대만, 호주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공유 경제 대명사 에어비앤비는 ‘여행은 가깝고 안전한 곳에서’라는 역발상 마케팅을 내세워
부활했습니다.
IPO와 개미
에어비앤비는 최근 기업 공개(IPO)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상장 첫날 시가 총액 1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글로벌 IPO 규모는 3000억 달러(326조 원)로 2007년 이후 최대입니다. 경기 부양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 시장에
쏠렸습니다. S&P500에 입성한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이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동학 개미’들이 공모주 열풍을
이끌었습니다. JP모건은 내년 코스피 지수가 3200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주식 시장과 달리 실물 경기는 나빴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은 더 뚜렷해졌습니다. 미국에서 지난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에 숨진 사건은 미국 전역의 인종 차별 반대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백인과 흑인의 사회적, 경제적 격차에서 오는 흑백 불균형에
있었습니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외침은 평등한 세상에 대한
바람이었습니다.
다양성을 향한 외침
인종을 넘어 성별, 성 정체성 등 모든 분야에서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미국 대법원은 개인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해고가 위법이라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습니다. 베를린 영화제는 ‘남우·여우 주연상’을 없애고 성 중립적인 최우수 주연상으로
통합합니다. 미국 주식 시장 나스닥은 여성과 소수자를 각각 한 명씩 이사로 선임하지 않는 기업을 퇴출하기로
했습니다. 다양성은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의 경고
병든 지구의 외침에도 귀 기울인 해였습니다. 코로나19는 인간과 동물, 지구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원헬스’ 개념의 중요성을 일깨웠습니다. 올해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절감한 해이기도 합니다. 수도권에서는 54일 동안 역대 가장 긴 장마가
이어졌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전례 없는 대형 산불이 잇따랐습니다. 올해 상반기 발생한 자연재해로 전 세계가 입은 피해 규모는 680억 달러(74조 원)에
달합니다.
두 선거
포용과 공정, 친환경이 핵심 가치가 된 가운데 미국과 우리나라는 각각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통합과 화합을 내세우고 다양성 내각을
꾸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80석의 슈퍼 여당이
탄생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래 단일 정당이 국회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차지한 건 처음입니다.
법무부와 검찰
검찰 개혁은 1년 내내 정치권의 화두였습니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도 계속됐습니다. 한때 여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꼽았지만 이제는 개혁 대상으로
부릅니다. 법원은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효력을 정지했습니다. 국가의 주요한 정치, 사회 문제를 법원이 해결하는 ‘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미·중 신냉전
미국과 중국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규제하고 ‘틱톡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중국은 구글 대신 바이두, 아마존 대신 알리바바, 애플페이 대신 알리페이를 씁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인터넷 세계를 둘로 나누고
있습니다. 중국은 새로운 ‘쌍순환 경제 전략’을 내세워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벗어나려고
합니다.
뉴 스페이스
두 나라의 경쟁은 지구 밖에서도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민간 기업들이 주역입니다. 스페이스X가 11월 우주 비행사 4명을 국제 우주 정거장(ISS)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민간 우주여행 시대의 신호탄입니다. 블루 오리진도 내년 우주선에 민간인을 탑승시킬
계획입니다. 중국은 민간 기업과 함께 지구와 달을 포괄하는 ‘우주 경제권’ 구축을 꿈꾸고
있습니다.
떠난 이들이 남긴 것
올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했습니다.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를 고스란히 보여 준 삶이었습니다. 미국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도
떠났습니다. 그는 약자를 억압하는 권력에 맞서 “나는 반대한다”를 외쳤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 앞에서는 애도하거나 애도할 수 없다는 입장이
충돌했습니다. 누군가의 평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게 한 죽음이었습니다.
생존에서 회복으로
올해 우리 삶의 과제는 ‘생존’이었습니다. 모두에게 쉽지 않은 해였지만 그래도 좋았던 점도 있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도전한
해였습니다. 2021년의 키워드는 ‘회복’이 되기를 바랍니다. 도전과 성장도 계속돼야 합니다. 새해에도 북저널리즘 뉴스가 여러분의 성장과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