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엑소더스: 일론 머스크가 1995년 정착한 실리콘밸리는 애플, 구글 등 전 세계 IT기업이 모인 곳이다.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와 주 정부의 규제 때문에 텍사스로 이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 현재 테슬라 본사는 실리콘밸리에 있다. 머스크는 지난 5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공장 가동 중단을 요구한 캘리포니아 주 정부와 소송전을 벌였다. 이후 텍사스주 오스틴에 5번째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다. 그는 최근 텍사스로 이사했다고 밝히면서 “기업의 혁신을 제약하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 정책에 실망했다”고 설명했다. 또 실리콘밸리를 “현실에 안주하는 스포츠팀”이라고 표현했다.
- 1일에는 기업용 클라우드서비스 회사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텍사스주로 본사를 옮겼다. HPE는 실리콘밸리의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다. 2003년 실리콘밸리에 창업한 빅데이터 회사 팔란티어는 올해 초 콜로라도주 덴버로 이전했다.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가 만든 벤처 캐피털 회사 8VC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드롭박스도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옮기기로 했다.
- 높은 세금과 물가가 주요 배경이다. 캘리포니아의 소득세율은 미국 주 가운데 가장 높은 13.3퍼센트다. 텍사스는 주 차원의 소득세가 없다. 콜로라도주 덴버의 법인세율은 4퍼센트대로 캘리포니아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혔던 캘리포니아가 최근 악재에 시달리는 점도 한몫했다. 대형 산불에 대규모 정전도 잇따랐다.
밸리 대신 힐: 기업들의 실리콘밸리 탈출 속도는 코로나 19 이후 빨라지고 있다. IT 기업들과 직원들이 값비싼 대도시 생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 텍사스주 오스틴이 수혜 지역이다. 오스틴은 ‘실리콘 힐(Silicon hills)’로 불리며 제2의 실리콘밸리로 꼽힌다. 미국에서 7번째로 많은 기술 인재 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입장에서 젊은 인재들을 영입하는 데도 유리하다. 이 지역의 밀레니얼 세대는 전체 인구의 29.6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전국에서 5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 실리콘밸리 이탈은 캘리포니아주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샌프란시스코의 방 한 개짜리 아파트 월세는 1년 전보다 11.8퍼센트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19 이후 더 이상 실리콘밸리 본사 근처에 거주할 필요가 없어졌고, 이에 맞춰 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가 바꾸는 허브: 실리콘밸리에서만 이탈이 이어지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비슷한 이유로 금융 회사들이 ‘탈(脫)뉴욕’을 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핵심 사업부를 플로리다주 남부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IT와 금융의 전통적 중심지가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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