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라인: 라임자산운용(라임)이 국내 최대의 사모펀드 운용사에서 빈 깡통으로 전락하기까지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 2012년에 설립된 라임은 운용 자금이 2015년 206억 원에서 2019년 5조 6600억 원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라임 펀드는 은행 예금 금리의 5배가 넘는 연 10퍼센트대의 수익률로 인기를 모았다.
- 2019년 7월 펀드 운용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한다. 라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펀드에 맡긴 돈을 빼가기 시작한다.
- 2019년 10월 라임은 ‘환매 중단’을 선언한다. 환매가 중단되면 투자자는 펀드에 맡긴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파산을 선언한 셈이다.
- 환매 중단의 피해자는 4000여 명, 피해 규모는 1조 67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검찰은 라임 펀드 관계자들을 투자 사기 혐의 등으로 수사하고 있다. 라임 펀드를 운용했던 이종필 전 부사장 등 주요 피의자들은 잠적한 상태다.
라임 펀드의 구조: 소수의 모(母)펀드에 수백 개의 자(子)펀드가 연계돼 있는 구조다. 라임은 시중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서 자펀드를 판매해 모은 자금을 모펀드에 투자했다. 모펀드는 이 돈을 채권, 주식 등에 투자했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자펀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려 했지만, 고위험 부실 자산이 많아 수익은커녕 원금 손실을 입었다.
라임의 실체: 라임 펀드는 한때 없어서 못 사던 인기 금융 상품이었다. 그러나 수사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며 펀드 판매와 운용 과정의 불법, 편법 실태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 라임이 운용했던 ‘사모펀드’는 어디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투자자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 라임은 이를 악용해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 신용카드 여러 장으로 카드빚을 돌려막듯, 한 펀드에 손실이 나면 다른 펀드에서 자금을 가져와 메꿨다.
- 라임 사태의 배후에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의 ‘자금줄’로 알려진 인물인데, 라임 펀드 자금을 이용해 기업들의 경영권을 확보한 다음 회삿돈을 횡령해 기업을 깡통으로 만드는 ‘기업 사냥꾼’의 행태를 보여 왔다. 현재 잠적한 상태다.
-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도 수사 대상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펀드에 가입할 때 손실 위험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실한 펀드를 속아서 샀다는 것이다.
- 정관계 로비 의혹도 제기된다. 라임 펀드를 판매했던 증권사 센터장이 환매 중단을 걱정하는 투자자에게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 사태 확산을 막았다”고 말했다. 지목된 행정관은 금융감독원 출신인데, 김봉현 전 회장의 고향 친구다.
결론: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는 1조 6700억 원 규모다. 그중 절반은 이미 손실 처리가 됐다. 나머지 절반 중 일부가 회수되더라도 라임에 대출을 해준 증권사들에게 먼저 돌아간다. 투자금 전액을 잃는 개인 투자자들이 나올 수 있다. 라임 사태는 손실을 은폐한 자산운용사, 회사를 인수해 껍데기만 남기고 팔아넘긴 기업 사냥꾼, 펀드 판매 수수료에만 집착한 은행·증권사의 합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