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에서 DVD 배달까지: 1997년 서른아홉의 마크 랜돌프가 처음 떠올린 사업 아이템은 맞춤형 샴푸 배달이었다. 이후 맞춤형 서핑보드, 개밥, 맞춤형 야구배트를 거쳐 마지막으로 꺼낸 아이디어가 온라인 비디오테이프 대여 서비스였다.
- 넷플릭스 현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당시에도 이미 성공한 사업가였다. 마크 랜돌프가 다니던 회사를 인수하고 매각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크와 리드는 카풀로 함께 출근하며 사업 얘기를 나눴다. 마크가 아이템을 제안하면 리드가 조목조목 단점을 짚어 내는 식이었다.
- 비디오테이프를 우편으로 빌려주는 아이디어에는 리드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비디오테이프가 비싸고 우편료도 많이 들어 사업성이 없었다. 그때 DVD가 세상에 나왔다. 마크는 사업 아이템을 온라인 DVD 대여 및 판매 서비스로 바꾼다. 마크는 시간을, 리드는 자본을 투자하기로 하고 넷플릭스를 공동 설립한다.
- 1998년 4월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업 초기에는 DVD 판매가 매출의 97퍼센트를 차지했다. 그러나 온라인 DVD 판매 시장은 아마존이 뛰어들 것이 뻔했다. 마크는 매출의 3퍼센트에 불과했던 대여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고, 1999년 월 정액으로 연체료 없이 DVD를 빌려 보는 서비스를 내놓는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온탕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크 랜돌프는 ‘자유와 책임’이라는 넷플릭스의 문화를 만들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이 아니라 목적지만 알려 줬다. 분명한 책임을 부여하고, 책임을 완수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거의 완전한 자유를 줬다.
- 넷플릭스를 설립하기 전, 마크는 사내 수영장과 온탕, 극장, 헬스클럽이 있는 회사에 다녔다. 그런데 회사가 제공하는 온탕에 몸을 담근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마크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온탕이나 공짜 간식이 아니라 자유와 책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 마크는 넷플릭스를 시작할 때부터 모든 직원을 어른으로 대했다. 예컨대 회사 안내 데스크의 직원에게 책상을 깨끗이 유지하라거나 책상에서 음식을 먹지 말라는 지침을 주지 않았다. 대신 ‘회사에 관해 가장 좋은 인상을 주라’는 한 문장만 제시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의 안내 데스크는 ‘진짜 최고’가 됐다.
- 패티 맥코드가 넷플릭스에 최고인재책임자(CTO·Chief Talent Officer)로 합류하면서 ‘자유와 책임’의 문화가 확산된다. 그의 책 《파워풀》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문화는 정교한 시스템 개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책을 줄이고 절차를 제거하면서 생겨났다.
만드는 과정이 꿈: 마크 랜돌프는 돈이나 직함보다 뭔가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를 좋아했다. 넷플릭스라는 회사를 만드는 과정이 그의 꿈이었다.
- 1999년 마크는 회사의 더 큰 성장을 위해 CEO 자리를 리드 헤이스팅스에게 넘기고 사장을 맡는다. 넷플릭스는 출범 4년 만인 2002년 나스닥에 상장하고, 이듬해 회원 수 100만 명을 돌파한다. 꿈이 현실이 된 순간, 마크는 삶의 한 단계가 끝났음을 직감한다.
- 마크가 사랑했던 것은 “회사를 세우고, 비틀거리는 것을 지켜보고, 다시 세우는 과정” 자체였다. 넷플릭스가 너무 커버리자 그는 여전히 넷플릭스를 사랑하지만 더 이상 일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2003년 마크는 넷플릭스를 떠난다.
꿈을 현실로 바꾸려면: 마크는 “그냥 시작해 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결과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꿈을 이루기까지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때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최고의 문장: 넷플릭스 창업 과정을 회고하는 경영 서적이지만, 가족과 친구, 팀원 사이의 믿음과 헌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책 첫머리에 나오는 아내에게 보내는 헌사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던 아내 로레인에게. 내 사업 구상은 믿지 않았지만, 나를 항상 믿어 줬다는 사실은 알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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