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일제’는 어디로 갔을까?
일본의 완벽주의는 지금 일본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제’라는 마크는 ‘품질이 좋다’는 말의 대명사나 다름없었다. 지금도 볼펜을 살 땐 유니볼이나 제브라 제품을 선택하고, 기본 패션 아이템이 필요할 땐 유니클로를 찾는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돌리면 일제 상품들은 많은 시장에서 무너지고 있다. 가전제품 시장의 왕이었던 소니와 파나소닉은 자취를 감췄고, 화장품 코너의 시세이도는 아모레퍼시픽과 클리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일상 속 쉽게 보이던 일본 제품들이 사라지고 한국 제품들이 많아진 것은 우연일까? 혹은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져 필연적인 갈라파고스 현상을 겪는 것일까. 레트로 감성으로 미화되는 일본의 현재, 그 속을 들여다본다.
저자 소개
강철구는 일본경제경영연구소 소장이자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다. 메이지대학에서 학부와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고려대 경제학부 연구교수,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일본 정치 고민없이 읽기》, 《일본 경제 고민없이 읽기》, 《일본에 교회가 안 보이는 진짜 이유》가 있으며 전자책으로는 〈필름을 버리고, 필름으로 살아남다〉를 펴냈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화. 프롤로그 ; 한국적 열등감의 근원을 찾아서
2화. 전자 제품 시장의 갈라파고스화
기울어진 스마트폰 운동장
이노베이션 딜레마
가전 왕국, 막을 내리다
한일 반도체 추월전
3화. 아날로그 행정의 복병
21세기판 3종 신기
일본의 인터넷이 느린 이유
디지털 인프라의 불편한 진실
순응이 미덕인 사회
4화. 무너지는 아베노믹스
저렴해진 일본
아베노믹스의 정치적 돌파구
수출 규제, 기회가 되다
5화. 역사가 만든 안보 격차
모병제가 낳은 일본군
방위산업의 기틀을 마련하기까지
세일즈 국가로의 도약
평화헌법, 발목을 잡다
6화. 묵묵한 시민상이 만든 사회
정치적 소극주의의 기원
가업에 등 돌린 청년들
매뉴얼 왕국의 오모테나시
우리가 알던 일본은 없다
7화. 에필로그 ; 참외라니…
8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새로운 한일 관계를 그리다
에디터의 밑줄
“그런데 일본은 부끄러운 것이 있으면 절대 시장에 내놓지 않으려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좋으니 완벽한 제품을 출시하길 원한다. 기술력에 자부심이 넘칠지는 몰라도 시장 경쟁력에선 뒤처지는 것, 그 결과가 지금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직도 일본의 일부 직장에서는 신입 사원 연수 과정에 서류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도장 예절’ 연수를 으레 포함하는 곳이 있다. 결재란에 도장을 찍을 때엔 부하 직원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듯 왼쪽으로 비스듬히 찍어야 한다는 것 등을 배운다.”
“결국 일본에서 디지털화의 발목을 잡는 것은 인터넷 인프라 자체의 부족이 아니다. 빠른 인터넷망을 보유하고도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애착으로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Japain(Japan+Pain)’에 빠진 일본 입장에선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대한민국에 대한 우월감을 바탕으로 정치적 돌파구를 찾아야 했고, 그 돌파구가 바로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표면화된 것이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지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의 예상과 달리 한국 경제는 타격을 받기는커녕 반도체 등에 필요한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를 현저히 줄였을 뿐만 아니라 소부장 산업을 강화하는 성과를 얻었고, 지금껏 한국 사회에 보기 드물었던 정치·관료·재계의 협력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됐다.”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의 패배 이후 방위 품목의 국산화에는 성공했으나 이 성공이 무기 수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반면 한국은 방위 품목의 국산화를 토대로 해외 시장을 개척했으며, 이제는 국산화율을 높이는 동시에 K-방산까지 접수할 미래를 그리고 있다.”
“코로나19로 확진자가 속출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스가 정권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면서 일부 젊은 층들이 거리로 나섰지만 정부를 강하게 꾸짖는 집단행동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치적 효능감(political effectiveness)이 낮은 탓도 있지만, ‘화(和)’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상 시민들의 집단행동을 탐탁치 않게 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엔 일본 최고의 동경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했다가도 기업의 대를 잇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고 장어 가게 사장으로, 산속 여관 주인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가업 승계를 당연시했지만 이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