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역사: 두산그룹은 재계 15위의 대기업이다. 주류 중심의 소비재 기업으로 성장한 뒤, 과감한 인수·합병과 매각을 통해 중공업 중심 기업으로 전환했다. 핵심 계열사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이 있다.
- 1896년 보부상으로 전국을 돌던 상인이 서울 종로에 터를 잡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포목점을 연다. ‘박승직 상점’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의 시작이었다.
- 1951년 창업주의 아들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은 ‘두산상회’로 이름을 바꾸고 운수업을 시작한다. 두산이라는 상호는 ‘한 말(斗) 한 말 차근차근 쉬지 않고 쌓아 올려 산같이 커져라’는 의미다.
- 초대 회장의 바람처럼 두산은 쉼 없이 주류업, 건설업, 무역업에 진출해 사세를 키웠다. 2000년대 들어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전환한다. OB맥주, 처음처럼, 버거킹 등 소비재 사업을 매각하고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등을 인수했다.
두산의 위기: 두산그룹의 위기는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두산건설에서 위기가 시작돼 두산중공업으로 옮겨붙었고, 급기야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된다.
- 2009년 두산건설의 ‘일산 위브 더 제니스’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지분을 팔거나 알짜 사업부를 매각해 두산건설에 1조 9200억 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두산건설은 회생하지 못한다. 2019년 말 상장 폐지되고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을 살리려다 부채만 늘었다. 최근 5년간 평균 부채 비율은 270퍼센트에 달한다. 그러는 사이 석탄 화력 발전소 신규 수주가 매년 줄었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수주도 급감하며 유동성 위기가 닥친다. 10년 전 9만 원이 넘던 주가는 13일 현재 3990원이다.
두산의 자구안: 두산그룹은 13일 채권단에 자구안을 전달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능한 모든 자산의 매각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은 채권단과의 협의,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 두산그룹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은 4조 2000억 원이다. 자산 매각이 불가피한데, 두산건설은 적자가 커서 매각이 쉽지 않다. 결국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등 우량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 두산건설에서 시작된 위기가 두산중공업, 그룹 전체로 확산한 것을 고려할 때, 채권단은 계열 분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손자회사인 두산밥캣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공업과 분리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결론: 두산그룹의 계열사 중 프로 야구 구단인 두산베어스가 있다. 두산베어스의 슬로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허슬 두(Hustle Doo)’다.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최선을 다한다는 뜻의 영어 단어 ‘허슬’과 두산의 ‘두’를 합한 말이다. 두산이 이번 위기를 잘 이겨 내서 산같이 든든한 기업으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