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역대 가장 어려운 총선이 예상된다.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 입장에서 머리가 복잡한 선거다. 새로 바뀐 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계산하기가 어렵고, 비례대표용 정당도 수십 개에 달해 투표용지에서 정당명을 찾기도 어렵게 됐다.
- 기존 국회의원 선거 방식: 총 300명을 선출한다. 지역구 의원이 253석, 비례대표 의원이 47석이다. 유권자는 투표용지 두 장을 받아 한 장은 지역구 의원 후보에게, 다른 한 장은 지지 정당에 투표를 하는데, 이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된다.
- 이번부터 달라지는 선거 방식: 전체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는 예전과 같지만,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이 달라졌다. 정당 지지율을 전체 의석수와 연동시켜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된다. 지역구 의석수가 적을수록 비례 의석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여서 신생 정당과 군소 정당에 유리하다. 당초 취지는 그랬다.
타임라인: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공식적으로는’ 내지 않는다. 바뀐 선거법을 최대한 이용해 비례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다.
- 지난해 12월 27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야당 4곳은 이른바 ‘4+1 협의체’를 꾸려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당초 표의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 다당제 실현이 목표였지만, 협상이 거듭되면서 개혁 취지를 잃었다. 그 결과 국민도 알 수 없는 복잡한 선거법이 나왔다. 인터넷에는 의석수 계산기까지 등장했다.
-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선거법 개정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올해 2월 5일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위성 정당이란 비례 의석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기 위해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정당이다. 총선 이후 모(母) 정당과 합당 등의 형식으로 ‘헤쳐 모이게’ 된다.
- 위성 정당을 ‘꼼수 정당’, ‘유령 정당’, ‘페이퍼 정당’이라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도 비례 의석수에서 손해를 볼 수 있게 되자, 3월 8일 범여권 정당들과 함께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정당이다 보니 비례 후보를 심사하는 과정도 짧았다.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 모두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린 지 사흘 만에 공천자 명단을 발표해 졸속 심사 논란이 일었다.
위성 정당의 선거 전략: 자리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 이번 선거에서 정당 투표용지에 올라갈 정당 개수는 40여 개가 넘는다. 현역 의원이 많은 정당일수록 정당 투표용지에서 상위 순번을 배정받는데, 투표용지의 상단으로 올라가면 유권자의 눈에 띄기 쉽다.
- 거대 양당은 투표용지의 윗자리를 따내기 위해 ‘현역 의원 꿔주기’에 나서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 7~10명을 탈당시킨 뒤 비례 정당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하게 할 예정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비례 정당 미래한국당에 의원 9명을 파견했다.
결론: 언론과 시민 단체는 물론이고 선거법을 고친 당사자인 범여권마저 벌써부터 선거법 개정을
말하고 있다. 새 선거법으로 선거도 치르기 전에 법 개정을 논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