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8일 정치, 사회
갑이 된 갑질 저격수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이 6일 LG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직을 사임했다. 추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LG를 포함한 대기업의 ‘갑질’을 감시해 왔다. 퇴직 석 달 만에 피감 기관으로 이적하려다 비판이 쏟아지자 철회한 것이다.

핵심 요약: 추 전 의원의 이적은 공직자 윤리의 ‘이해 충돌 금지’ 원칙과 정의당의 ‘재벌 저격수’라는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퇴직한 국회의원이 기업이나 대형 로펌 등에 취업해 이해 충돌 논란을 빚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재벌과 손잡은 저격수: 통신사는 정부의 인허가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감독 기관인 국회의 입김이 세다. 전직 국회의원이 피감 대상이었던 통신사로 직행한 경우는 없다.
  • 추 전 의원은 통신 분야를 담당하는 과방위와 대기업을 감시하는 정무위 활동을 했다. 모두 LG유플러스와 관계된 상임위다. 추 전 의원은 2017년 국정 감사에서 LG유플러스가 고객들에게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권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피감 기관인 LG유플러스의 정책 자문을 맡는 것이 이해 충돌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 추 전 의원은 지난해 국회의원 등 공직자의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한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취업 심사 대상자가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적용 대상에 국회를 포함시켰다.
  • 추 전 의원이 몸담았던 정의당은 서민과 노동자의 편에서 재벌에 맞서 싸우는 것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정의당은 “정의당 의원으로서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당 차원에서 사임을 촉구했고, 추 의원이 사무총장을 역임한 언론 개혁 연대도 “취업의 자유와 외연 확대는 명분이 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들만의 셀프 심사: 추 전 의원은 지난달 국회 공직자 윤리 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아무 문제없이 통과했다.
  • 국회의원이 퇴직 후 3년 이내에 취업하려면 공직자 윤리위에서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이나 취업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윤리위는 전·현직 국회의원 4명, 국회의장이 각 교섭 단체 대표와 협의해 위촉한 7명으로 구성된다. ‘셀프 심사’가 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2016년부터 윤리위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은 국회 퇴직 공직자는 65명이다. 전직 국회의원이 32명에 달하고, 대부분 퇴직 1년 이내에 취업했다.
  • 추 전 의원 외에도 미래통합당 소속이던 장석춘, 김규환 전 의원이 LG전자 비상임 자문으로 취업했다.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앤장 법률 사무소의 비상임 자문을 맡았고, 이훈 전 의원은 피감 기관이었던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직업의 자유 이전에: 추 전 의원이 비판받은 건 언행불일치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습관처럼 국회의원을 ‘전관예우’해 자사의 이익에 활용하는 것도, 국회의원이 동조하는 것도 비판받아야 한다. 유명무실해진 윤리위 대신 외부 인사로 구성된 국회 감사 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20년 8월 27일 정치, 경제
공정 경제법이냐, 기업 규제법이냐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25일 국무 회의에서 의결됐다. 법안은 8월 말 국회에 제출돼 9월 정기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은 세 법안을 ‘공정 경제 3법’이라고 지칭하면서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반면 재계는 기업 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기업 규제 3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핵심 요약: 법안의 핵심은 대기업 대주주 견제다. 소액 주주의 영향력을 키우고, 기업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늘리는 것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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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0일 사회
재벌만 아는 3.5 법칙
“유흥업소 여직원뿐 아니라 재벌 남성도 (프로포폴에) 중독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린 점을 고려해 달라.” 마약성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는 채승석 전 애경 개발 대표의 18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한 말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형량을 줄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 요약: 여성에 대한 편견 조장과 재벌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채 씨가 수사에 협조해 광범위한 약물 오남용 사례를 규명한 점을 참작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더 큰 비난만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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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8일 경제
삼성 이재용의 대국민 사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6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10분 동안 진행된 기자 회견에서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철회를 선언했다.

핵심 요약: 이 부회장은 과거 삼성그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국격에 걸맞은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룹 총수가 경영권 자녀 승계를 공개적으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국내 10대 재벌 그룹 중 삼성이 처음이다.
무엇을 사과했나: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은 두 달 전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요구한 경영권 승계 논란과 노조 와해 문제에 대한 사과, 준법감시위 활동 보장, 시민 사회 신뢰 회복을 약속하는 내용이다.
  •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 재판부의 요구로 출범한 기관이다. 삼성 7개 계열사와 ‘삼성 준법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맺고 만들어진 독립 위원회다.
  • 이 부회장은 ‘4세 승계 포기’를 선언하며 자녀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이 실현될 경우 삼성은 창립 82년 만에 이병철 창업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져 온 가족 경영에서 벗어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된다. 이 부회장은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말하며 노사 관계 법령을 준수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재판은 현재 진행 중: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파기 환송심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삼성의 노조 와해 사건 재판도 진행 중이다.
  • 삼성의 경영권 승계 논란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 사채 편법 증여 의혹을 시작으로 24년간 계속돼 왔다.
  •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파기 환송심 재판은 4년째 진행되고 있다. 2015년 삼성 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구도를 만들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 2018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했다.
  • 지난해 12월에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부사장 등 임원 7명이 노조 와해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전망: 이 부회장이 공식 기자 회견에 나선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사과 이후 두 번째다. 과거에 대한 사과를 시작으로 기업의 비전을 제시한 기자 회견을 놓고 삼성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다짐을 보여 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과가 지난 2006년 그의 부친 이건희 회장이 비자금 사건으로 발표한 대국민 사과와 유사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지배 구조 개선’을 제시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감형을 받기 위해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선언을 계기로 삼성이 세습 경영과 무노조 경영에 종지부를 찍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0년 4월 9일 경제
기업 승계에도 타이밍이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두 자녀에게 한 주식 증여를 취소하고 이달 1일자로 다시 증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자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증여 시점을 변경한 것이다.

핵심 요약: 상장 회사의 주식 증여세는 증여 시점 직전 2개월과 직후 2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CJ그룹 총수 일가는 증여 시점을 바꿔 120억 원의 세금 감면 효과를 봤다.
CJ그룹 총수 일가의 절세 전략: CJ그룹 총수 일가는 주가 폭락장을 이용해 증여세를 120억 원가량 줄였다.
  • 2019년 12월 9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딸과 아들에게 CJ그룹 지주사인 CJ의 신형우선주를 각각 92만 주씩 증여했다. 당시 주가는 주당 6만 5400원이었다. 자녀 한 명당 602억 원씩, 총 1204억 원을 증여한 것이다.
  • 2020년 3월 30일 이 회장은 증여를 취소하고 4월 1일 같은 규모를 다시 증여한다. 현행법상 증여일의 월말로부터 3개월 이내에는 증여 취소가 가능하다. 이날 주가는 작년 증여 시점보다 36퍼센트 하락한 주당 4만 1650원이었다. 종가 기준 총 증여액은 766억 원이다.
  • 주가가 향후 2개월간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최종 증여세는 609억 원 수준이 된다. 이전 시점의 증여세보다 120억 원가량 줄어든다.

상속세와 증여세: 상속세와 증여세는 재산을 무상 이전할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재산을 이전한 시점이 사망 이후면 상속세, 생전이면 증여세를 낸다. 기업주가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넘겨줄 때는 일반적으로 상속보다 증여가 절세에 유리하다. 향후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상속세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 증여세를 책정하려면 먼저 증여가액이 정해져야 하는데, 상장사의 주가는 계속 변한다. 그래서 주식 증여일 전후로 2개월씩, 총 4개월간 주가를 평균해 증여가액을 정한다. 비상장 주식은 3년간 실적과 자산 가치를 평가해 계산한다.
  • 30억 원 이상을 증여하면 증여세율이 50퍼센트다. CJ 같은 대기업의 최대 주주가 주식을 증여할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져 증여세율이 60퍼센트가 된다.
  • 한국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50퍼센트)은 OECD 36개국 중 일본(55퍼센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까지 더하면 60퍼센트로 가장 높다. 미국과 영국은 40퍼센트, 독일은 30퍼센트다. 캐나다와 호주는 상속세가 없다.

결론: 기업 승계와 증여에도 타이밍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코스피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승계 작업이 적기를 맞았다. 코스피는 2월 중순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3월 중순 저점을 찍었다. 증여일 직전 두 달의 주가는 증여가액 산정에 이용된다. 4월 중순부터 기업들의 증여와 승계 작업이 더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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