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빛이 보인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개발 진전 소식에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화이자 CEO는 “터널 끝에서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 이번 발표는 미국과 해외 5개국에서 4만 3538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시험에서 초기에 발생한 확진자 94명을 분석한 결과다. 효과가 완벽히 검증된 상태는 아니지만, 예방 효과가 90퍼센트가 넘을 만큼 강력해 기대를 받는다.
- 두 회사는 백신 관련 데이터를 점검한 뒤, 11월 셋째 주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백신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백신의 안정성과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가 먼저 맞아야 할까: 백신이 완성돼도 문제는 남는다. 백신을 누가 먼저 맞을지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1인당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하는데, 세계 모든 인구가 맞을 만큼 충분한 물량이 조기에 공급되기는 어렵다. 세계 각국이 제시하는 접종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 세계보건기구(WHO): WHO의 연구진은 한 달 전 언론 인터뷰에서 보건 종사자 등 감염의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나 고령층이 먼저 맞아야 한다고 밝혔다. 백신 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젊고 건강한 사람이 백신을 맞으려면 빨라도 2022년은 돼야 한다고 전망한다.
-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이 내놓은 접종 순서는 이렇다. 의료계 종사자 → 기저 질환자, 65세 이상, 교도소 등 밀집 시설 생활자 → 교사와 보육 종사자 → 숙박업, 공장 등 대중 접촉이 잦은 환경의 근로자, 18~30세 청년과 어린이 → 나머지 사람 순서다.
- 독일: 의료진과 고령자가 백신을 우선 맞아야 한다는 윤리위원회 권고안이 9일 나왔다. 다음은 경찰, 소방관, 교사다. 노숙자와 난민처럼 집단 수용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그다음이다.
- 한국: 접종 전략이 곧 발표된다. 정부는 국민 60퍼센트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을 우선 확보하기로 했다. 화이자 백신의 효과가 완벽히 검증되지 않아 신중한 입장이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실제 접종은 내년 2분기를 목표로 한다. 최우선 순위는 의료진이 될 것이다.
의료 자원 분배의 윤리: 사회적 효용을 고려할 때 의료진이 가장 먼저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다음 순위다. 치명률이 높은 고령자, 활동 반경이 넓고 전파력이 큰 젊은 층,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수감자 등 접종 순서에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선진국이 개발한 백신을 선진국에 먼저 공급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물음도 있다.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단순히 의료 자원을 분배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믿고 따르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