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폴드가 해낸 일: 알파폴드는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로 단백질의 3차원 입체 구조를 며칠 만에
분석했다. 인간 과학자가 하려면 수년이 걸리는 일이다.
- 단백질은 모든 생명의 움직임을 관장한다. 기본 단위는 아미노산이다. 아미노산은 구슬이고, 단백질은 구슬을 꿴 목걸이에 해당한다. 목걸이가 잘못 꼬이거나 접히면 광우병, 알츠하이머병 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다.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알면 질병이 생기는 과정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20여 종류인 아미노산의 배열 순서에 따라 단백질 모양이 무한대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 알파폴드는 과학자들이 밝힌 단백질 모양과 아미노산 구조 데이터를 학습했다. 지난달 30일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에 출전해 92.4퍼센트의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 43개 단백질 중에서 25개의 구조를 단 며칠 만에 분석했다. 2위인 미국 과학자팀은 3개를 풀었다.
- 분석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잡한 아미노산 배열을 알파폴드에 ‘복붙’하면 예측 구조 결과가 바로 나온다. 아미노산 배열만으로 구조를 예측하는 방법은 50년 동안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기존에는 단백질을 추출해 엑스선과 현미경 등으로 모양을 파악해야 했다. 한 종류를 분석하는 데 길게는 수년이 걸리고, 약 1억 원이 들어간다.
알파폴드가 할 수 있는 일: AI가 기초 과학 연구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학과 식품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특히 단백질을 표적으로 신약을 만드는 제약 회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단백질의 구조를 알아야 딱 맞게 결합하는 치료 물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폴드는 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통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진은 “앞으로 단백질 구조 분석은 컴퓨터에 전적으로 의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새로운 식품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알파폴드가 파악한 단백질 구조 정보는 원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세포 내부 단백질을 조작해 음식의 맛, 향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식품을 만드는 과정을 간소화해 연구 비용과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AI의 진화: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을 “AI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응용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딥마인드가 만든 AI는 그동안 체스, 바둑, 컴퓨터 게임에서 인간보다 우위를 차지했다. 이제는 현실 세계의 문제를 풀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