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바지와 원피스: 국회의원 복장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국회법 25조에 따라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제약만
있다.
- 2003년 유시민 당시 국회의원은 흰 면바지를 입고 국회에 나타나 이른바 ‘빽바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동료 의원들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비난했다. 유 전 의원은 “모두가 똑같은 단색 옷을 입는 것보다는 다채로운 것이 민주주의에 걸맞지 않으냐”고 했다.
-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류 의원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글이 올라왔다.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는 전날 청년 국회의원 포럼에서 입었던 옷이다. 류 의원은 동료 의원과 ‘오늘 입은 옷을 다음 날 본회의에도 입고 가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류 의원은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피스에 성희롱 발언이 쏟아진 것은, 보통의 여성을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어떻게 보았는지를 보여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여성 의원들은 응원을 보내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깬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원피스는 수많은 직장인 여성들이 사랑하는 출근 룩”이라며 “다양한 시민의 모습을 닮은 국회가 더 많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소매와 오프숄더: 여성 정치인의 옷차림이 성희롱과 성차별의 대상이 되는 건 서구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 지난 2월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트레이시 브레이빈 의원은 한쪽 어깨가 드러난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하원에서 질의를 했다. 그는 심한 욕설과 ‘더 벗지 그러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브레이빈 의원은 “권력을 가진 여성에게 남성들이 도전하는 유일한 방법이 외모를 평가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 2017년에는 미국 민주당 여성 하원의원 20여 명이 국회 의사당 앞에서 민소매 차림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앞서 폴 라이언 당시 하원의장이 민소매 차림으로 의장실 로비로 가려던 여기자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기자가 심지어 공책을 찢어 어깨를 가렸지만 제지당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여성은 팔을 드러낼 권리가 있다’며 하원 의복 규정을 바꾸기 위한 ‘소매 없는 날’ 캠페인을 벌였다.
옷 말고, 일을 평가해 주세요: 빨간 립스틱, 레게 머리, 캐주얼한 셔츠. 젊은 여성의 정계 진출이 많아지고 있는 미국에서 볼 수 있는
‘의회 오피스룩’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흐름을 ‘파워 슈트’로 대변되는 남성 위주 문화에서의 해방이라고
해석했다. 옷차림이 아니라, 의정 활동이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