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을 신봉하는 큐아논: 극단주의 성향으로 악명 높은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포챈(4chan)’이 기원이다. 미국 정부의 비밀문서를 열람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는 ‘Q’라는 유저가 2017년부터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 큐아논은 Q에 익명(Anonymous)이란 단어가 더해진 합성어다. Q가 올리는 글은 예언서처럼 암시와 상징, 알파벳 약자로 가득하다. 많은 네티즌이 암호문과도 같은 그의 글을 해석하고 추종하기 시작했다. 큐아논은 Q를 믿고 따르는 세력, 이들이 제기하는 음모론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 음모론의 핵심은 사탄을 숭배하는 소아 성애자 엘리트 집단 ‘딥 스테이트(deep state)’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큐아논은 여기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정·재계는 물론 언론과 할리우드 유명 인사가 속해 있다고 주장한다. 딥 스테이트에 맞서 미국을 지킬 유일한 ‘수호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 큐아논은 백인 우월주의를 앞세워 유색 인종과 비기독교도를 비하한다. 코로나19 위험도 과장됐다고 믿으며, 백신과 마스크도 반대한다. 딥 스테이트에 맞서 행동해야 한다고 선동한다. 캘리포니아의 한 큐아논 지지자는 ‘진실’을 폭로하겠다며 폭탄 테러를 계획하다 체포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큐아논의 테러 위협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 제도권으로: 큐아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비주류였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와 결합하며 최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조직적인 유권자 그룹이 됐다.
- 큐아논을 신봉하는 67명이 2020년 미국 의회 선거에서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이 중 조지아주의 데일리 그린은 경선에서 60퍼센트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로 지명됐다. 플로리다주의 로라 루머도 본선에 진출했다. 두 지역 모두 공화당이 우세해 두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 두 후보는 인종 차별적 발언을 일삼는다. 그린 후보는 최초의 무슬림 여성 의원이 당선된 2018년 선거를 ‘이슬람의 침략’이라 정의하고 미국 흑인 유권자를 ‘민주당의 노예’로 칭했다. 루머 후보도 이슬람을 ‘인류의 암 덩어리’라 부르며 무슬림 운전 기사 없는 택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트럼프는 큐아논과 선을 긋지 않아 논란을 불렀다. 최근 백악관 브리핑에서 큐아논 관련 질문을 받고 “날 굉장히 좋아해 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그들은 (흑인들의) 폭력 시위에 분노해 일어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서 큐아논 관련 계정의 게시글을 수차례 리트윗하기도 했다.
잡히지 않는 음모론: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큐아논 관련 계정에 접근 제한 조치를 내렸다. 유튜브도 큐아논 영상이 검색에 잘 노출되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했다. 하지만 큐아논은 이미 미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큐아논은 이성을 거부하는 반계몽주의 신흥 종교’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가 낙선하더라도 선거 불복 운동과 폭력 선동을 이어 가며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