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사과했나: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은 두 달 전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요구한 경영권 승계 논란과 노조 와해 문제에 대한 사과, 준법감시위 활동 보장, 시민 사회 신뢰 회복을 약속하는
내용이다.
-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 재판부의 요구로 출범한 기관이다. 삼성 7개 계열사와 ‘삼성 준법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맺고 만들어진 독립 위원회다.
- 이 부회장은 ‘4세 승계 포기’를 선언하며 자녀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이 실현될 경우 삼성은 창립 82년 만에 이병철 창업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져 온 가족 경영에서 벗어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된다. 이 부회장은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말하며 노사 관계 법령을 준수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재판은 현재 진행 중: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파기 환송심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삼성의 노조 와해 사건 재판도 진행 중이다.
- 삼성의 경영권 승계 논란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 사채 편법 증여 의혹을 시작으로 24년간 계속돼 왔다.
-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파기 환송심 재판은 4년째 진행되고 있다. 2015년 삼성 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구도를 만들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 2018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했다.
- 지난해 12월에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부사장 등 임원 7명이 노조 와해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전망: 이 부회장이 공식 기자 회견에 나선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사과 이후 두 번째다. 과거에 대한 사과를 시작으로 기업의 비전을 제시한 기자 회견을 놓고 삼성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다짐을 보여 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과가 지난 2006년 그의 부친 이건희 회장이 비자금 사건으로 발표한 대국민 사과와 유사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지배 구조 개선’을 제시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감형을 받기 위해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선언을 계기로 삼성이 세습 경영과 무노조 경영에 종지부를 찍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