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보름: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가 밤샘 협상 끝에 4일 합의하면서 의사 파업이 보름 만에 끝났다. 당초 정부는 의사 파업에 고발 등으로 강경 대응했지만,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자 절충점을 찾았다.
-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합의했다.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도 협의체에서 발전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협의체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 의료계가 참여한다. 합의문에 명시된 ‘코로나 안정화’는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코로나 재확산이 한풀 꺾인 시기 또는 백신 개발로 코로나가 종식된 시기가 거론된다.
- 합의에 반대하는 의사들도 있다. 일부 전공의들(인턴, 레지던트)은 합의문에 ‘정책 철회’가 명시되지 않은 졸속 합의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이 즉각 철회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4대 정책의 쟁점: 이번 의사 파업은 정부의 4대 의료 정책 추진에 의사들이 반발하면서 일어났다. 갈등은 잠시 봉합됐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이가 커 향후 구성될 협의체에서도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워 보인다.
- 의대 정원 확대: 정부는 서울과 지방의 의료 격차를 줄이고 비인기 과목의 의사 확보를 위해 향후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릴 계획이다. 의료계는 의사 수는 적지 않다며 비인기 과목과 지역 의사의 처우 개선을 주장한다.
- 공공 의대 신설: 정부는 공공 의대를 설립해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근무하도록 할 방침이다. 의료계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며, 의무 복무 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고 지적한다. 입시 공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 한방 첩약 급여화: 정부는 일부 질환에 대한 한약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의료계는 한방의 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대한다. 항암제부터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비대면 진료 도입: 정부는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전화, 화상을 이용한 의료 상담과 처방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원격 의료를 도입하면 환자들이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오진도 우려된다며 반대한다.
파업 이후: 20년 전 김대중 정부는 약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처방은 의사가, 조제는 약사가 하도록 하는 의약 분업을 실시했다. 의사들은 집단 휴업과 폐업 투쟁을 벌였다. 정부가 의료 수가를 40퍼센트 인상해 의사들을 달래면서 파업은 끝났다.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됐고, 이듬해 직장인 건강보험료는 21퍼센트
올랐다. 코로나 이후 재개될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청구서로 돌아올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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