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7일 사회
2021년 아닌가요?
‘남편이 갈아입을 속옷을 잘 정리해 둡니다’. 서울시가 임신 말기 여성이 해야 할 일을 안내한다며 만든 사이트가 비난을 받고 있다. 밑반찬 챙기기, 설거지하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시대와 맞지 않는 성 인지 감수성을 보여 줬다는 지적이다.

핵심 요약: 최근 보건복지부가 만든 홍보 영상에서도 여성이 짧은 교복 치마나 앞치마를 두르고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국가의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정부에서 반복되는 성차별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평등한 인력 구성이 필요하다.
비혼 장려 매뉴얼: 서울시는 2019년 임신·출산 정보 센터 웹 페이지에서 임신 말기 여성이 점검해야 할 사항으로 가족을 위한 집안일을 꼽았다가 출산 정보 제공 사이트가 아니라 비혼 장려 사이트라는 비난을 받았다.
  • 센터는 임신 35주 여성에게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를 준비해 서랍에 잘 정리해 두고, 냉장고의 오래된 음식을 버린 뒤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밑반찬을 준비해 요리에 서투른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안내했다.
  • ‘결혼 전 입던 옷이나 출산 후에 입고 싶은 작은 사이즈의 옷을 사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라’는 설명도 있었다. SNS를 중심으로 임신 여성에게 돌봄과 다이어트를 강요하고, 여성의 건강과 상관없는 내용을 출산 정보로 제공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 서울시는 보건복지부가 만든 육아 정보 홈페이지 내용을 그대로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2013년에 복지부가 만든 콘텐츠와 같은 내용이었다. 성차별적 정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베낀 것이다. 서울시는 문제가 된 내용을 삭제했다.

여성이 사라진 정책: 정부가 홍보물을 통해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낸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정책 수립, 집행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근본적 원인을 짚어야 하는 이유다.
  • 보건복지부의 ‘집콕’ 홍보 댄스 영상에서 여성은 짧은 치마 교복을 입은 학생, 앞치마를 두른 주부로만 등장한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만든 홍보물에서는 성차별적 표현이 500여 건 확인됐다. 거의 모든 상사를 남성으로, 부하 직원은 여성으로 표현했다.
  • 여성가족부가 만든 2020년 성별 영향 평가 지침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홍보물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등장하는 인물의 성비, 왜곡된 성 역할 표현 여부를 따진다. 하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 정부를 이끄는 고위직의 성 다양성도 부족하다. 2019년 기준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 중 여성은 122명으로 전체의 7.9퍼센트에 불과하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성별이 불균형한 조직에서 전체 구성원이 편견과 고정 관념을 학습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2021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15년 취임하면서 남녀 동수 내각을 꾸렸다. 이유를 묻자 “지금은 2015년이니까”라고 답했다. 양성평등은 이제 특별한 철학이 아니라 당연한 원칙이다. 2021년에 걸맞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의 구성과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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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7일 사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월 말부터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정부는 2월 말을 목표로 의료진과 고령자 등을 우선으로 한 접종 계획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백신 확보보다 더 중요한 접종 단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핵심 요약: 코로나 종식은 백신 접종에 달려 있다. 인력과 장비를 확보하고 누구부터 언제, 어떻게 맞을지 결정한 뒤 다수의 국민이 접종해야 집단 면역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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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4일 사회
낙태죄가 사라진 자리
2021년 1월 1일부로 낙태죄 처벌 조항이 폐지됐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내린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관련 형법 조항이 효력을 상실해서다. 헌재가 주문했던 대체 입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 여야 등이 발의한 6개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핵심 요약: 낙태죄는 사실상 폐지됐지만, 안전한 임신 중단과 개인의 재생산 권리 보장은 이제 시작 단계다. 헌법재판소가 명시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현실화하려면 공백을 메울 제도가 필요하다.
‘기한 만료’로 충분할까: 헌법재판소 결정대로라면 2020년 안에 대체 법안을 마련해야 했지만, 국회는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안전한 임신 중단을 보장할 제도도 아직이다.
  • 처벌 조항은 폐지됐지만, 자유롭게 임신 중단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 따라 시술을 거부할 수도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해 말 임신 10주(초음파 검사상 태아 크기 기준) 미만에만 조건 없는 임신 중단 시술을 시행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 원칙적으로는 약물을 이용한 임신 중단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입 허가를 받은 업체가 없어 미프진 등 임신 중단 약물을 국내에서 구매할 수는 없다. 식약처는 수입 업체가 허가 신청을 하면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낙태죄 폐지로 개정돼야 하는 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처벌을 규정한 형법, 임신 중단의 세부 절차 등을 규정하는 모자보건법이다. 두 가지 모두 개정에 실패했다. 안전한 임신 중단 보장에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이 개정돼야 임신 중단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안전한 시술을 위한 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다.

국가가 아닌 나를 위한 권리: 임신과 출산은 더 이상 국가의 인구 정책 수단이 아니다. 개인의 선택과 권리다.
  • 지금의 모자보건법은 출산 권리가 아니라 모성, 즉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능력을 보호한다. 국가 인구 관리 차원에서 1973년 도입됐다. 산아 제한이 화두였던 당시에는 오히려 임신 중단의 허용 범위를 넓히는 법이었다. 형법상 전면 불법이었던 임신 중단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을 담았다.
  • 낙태죄 폐지를 말하는 여성들은 ‘재생산권’을 주장해 왔다. 인구 정책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개인의 권리로서 임신과 출산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재생산 권리는 1994년 카이로 국제인구개발회의에서 인권으로 규정됐다. 성관계, 임신과 출산 여부와 시기, 자녀의 수에 대해 자유롭고 책임 있는 결정을 할 권리다.
  • 재생산권이 보장되면 국가가 규정하던 범위 밖에서도 출산을 선택하고, 보장받을 수 있다. 결혼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모자보건법은 부부가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만 난임으로 규정하고, 난임일 경우에만 보조 생식 기술을 허용한다. 사유리 씨가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은 이유다.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이유로 들었다.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22주 내외까지는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진정한 의미의 ‘자기 결정’을 하려면 임신 중단의 안전성과 함께 사회 경제적 환경에 상관없이 임신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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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1일 경제, 사회
우주 향한 30년, 8개월 미뤄지다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하는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의 1차 발사가 2021년 2월에서 8개월 연기됐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9일 밝혔다. 내년 10월이던 2차 발사도 7개월 뒤로 조정됐다. 발사체의 1~3단 중 가장 복잡한 1단 조립 과정이 문제였다.

핵심 요약: 누리호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독자적 기술로 개발하는 발사체로, 언제든 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향후 한국 우주 개발의 핵심이다. 발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이번 일정 연기를 두고 주변국들과의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우주 기술 개발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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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0일 사회
76년의 기다림
76년 전 일본으로 끌려가 고된 노동에 시달렸던 피해자들이 최소한의 금전적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강제 노역 피해 배상을 외면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해 법원이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효력이 30일부로 발생했다.

핵심 요약: 일본은 패색이 짙던 1944년 우리나라 10대 소녀들을 미쓰비시중공업 군용 항공기 공장에 강제 동원했다. 피해자들은 1999년부터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법정 공방을 벌여, 2018년에 대법원의 최종 피해 배상 판결을 받아 냈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들을 계속 외면했고, 결국 법원은 공시 송달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 매각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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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8일 사회
새해부터 경찰이 달라진다
내년 1월 1일부터 경찰 조직이 크게 달라진다. 국가 경찰과 자치 경찰, 수사 경찰로 분리된다. 경찰청장은 보안·외사·경비 등 국가 경찰 사무를 관리한다. 수사 경찰은 국가수사본부가, 민생 치안을 맡는 자치 경찰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이끈다.

핵심 요약: 경찰 창설 이후 이어져 온 국가 경찰 단일 체계가 76년 만에 바뀐 것이다. 내년부터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고 3년 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까지 넘겨받는다. 비대해지는 경찰 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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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4일 사회
“특별한 법 말고 노동법”
정부가 내년 3월까지 플랫폼 종사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법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종사자는 플랫폼을 이용해 노동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포괄한다. “보호하겠다”는 법인데, 노동계는 오히려 반발한다.
 
핵심 요약: 플랫폼 종사자를 개인 사업자로 볼지 아니면 노동자로 인정할지가 쟁점이다. 플랫폼 종사자는 대부분의 경우, 전통적인 노동자보다 회사에 덜 종속돼 있다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 밖에 있다. 기술 혁신 시대가 맞닥뜨린 또 다른 과제다.
첫 보호 대책: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제정을 추진한다.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 플랫폼 종사자라도 최소한의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 대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 플랫폼 종사자는 179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취업자의 7.4퍼센트다. 정부는 다만, 플랫폼이 일을 배정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하는 곳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22만 명으로 추산했다. 22만 명 중에는 배달 기사가 52퍼센트로 가장 많다.
  • 정부는 새 법에 플랫폼 종사자도 단체를 만들어 노조와 비슷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으려고 한다. 보수 지급 기준 등을 놓고 기업과 협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 배정 기준, 고객 평점 같은 중요 정보를 기업이 종사자에게 제공할 의무도 포함할 계획이다. 
  • 배달업 등록제 도입도 검토한다. 누구나 배달업체를 설립할 수 있어 기사 보호가 더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플랫폼 종사자가 일을 그만둘 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공제 조합 설립과 재정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도 추진하기로 했다.

“차별적 보호”: 경제 구조가 바뀌고 코로나19로 플랫폼 종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첫 대책이지만, 노동계는 곧장 반발했다. 실질적인 노동권을 보호하지 않는 “차별적 보호”라고 주장한다.
  • 플랫폼 종사자를 개인 사업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노동자로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플랫폼 종사자는 개인 사업자 신분으로 배달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한다. 따라서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 그러나 배달 기사만 하더라도 플랫폼 업체가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일을 배정받는 경우가 있다. 고객 만족도는 기사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이용된다. 개인 사업자라기보다는 근로자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노동계는 “별도의 법을 적용하면,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 3권은 더욱 후퇴할 것”이라고 반발한다. 그래서 “기존 노동법을 적용하라”고 요구한다. 특별한 법이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보다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낙인찍는 데 악용될 수 있어서다.

기술 혁신 시대의 노동: 다른 나라에서도 이 문제는 논란이다.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안이 발효됐다. 하지만 1년이 채 안 돼, 다시 사업자로 규정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인건비 폭탄을 우려한 플랫폼 기업들이 발의를 주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월, 배달 플랫폼 업계 노사가 최초로 자율 협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번에 정부가 나섰다. 플랫폼 종사자 수는 2018년 추산치보다 3배 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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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1일 경제
내년 전기 요금은 말이죠
내년 1월부터는 새로운 방식으로 계산한 전기 요금 고지서를 받게 된다. 크게 3가지가 달라진다. 연료비 연동제가 새로 도입되고, 숨겨져 있던 기후 환경 관련 비용이 고지서에 공개된다. 주택용 요금 제도도 일부 바뀐다.
 
핵심 요약: 개편안의 핵심은 연료비 연동제다. 석유, 가스 등의 가격이 오르면 전기 요금도 비싸진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가구의 요금을 깎아 주는 제도는 없어진다. 결과적으로 1~2인 가구의 전기 요금은 내년부터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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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6일 정치
‘이란 모델’을 알면 북핵이 보인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만약 미국이 핵 합의에 복귀한다면 이란도 한 시간 안에 복귀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이란은 2015년 핵 개발 포기와 경제 제재 완화를 맞바꾸기로 미국 등 세계 주요국과 합의했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

핵심 요약: 미국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 속에 이란이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에게 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은 앞서 핵 합의 복귀를 거듭 공언해 왔다.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를 보면 미국의 향후 북핵 문제 대응 방향도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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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5일 정치, 사회
집에서 코로나를 검사한다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이 신속 진단 키트를 통해 코로나19 1차 자가 검사를 할 수 있게 하자”고 14일 제안했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넘나드는 최근 코로나 급증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핵심 요약: 코로나 자가 검사는 개인이 코에서 검체를 채취해 휴대 장치에서 15~30분 정도 안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최근 2주간 1만 명 가까이 늘면서, 선제적 방역 조치에 대한 필요성이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자가 진단은 정확도가 낮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선제적 방역 필요: 우리나라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4일 자정 기준 4만 3484명이다.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가 9283명이나 나왔고,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확진자’도 25퍼센트 수준이다. 보건 당국은 “발병 이래 최고 위기”라고 경고했다.
  • 기존 유전자 증폭(RT-PCR) 검사는 정확도가 98퍼센트 이상으로 높고, 극소량의 바이러스도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선별 검사소까지 가야 하고, 감염 여부 확인도 6시간 정도 걸린다. 이마저도 최근 검사량 증가로 길어지고 있다.
  • 이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 누구나 신속 진단 키트로 1차 자가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정밀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선제적 전수 검사를 제시했다.
  •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법률 제·개정권을 갖고 선제적 방역 조치에 속도를 내자고 제안했다. 개인이 검체를 채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 개정도 시사했다.

30분 안에 확인: 자가 진단 키트는 통상 임신 검사와 비슷한 ‘항원·항체 검사법’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자가 진단 키트는 이미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달 처음으로 가정용 진단 키트를 긴급 승인했다.
  • FDA가 승인한 자가 진단 키트 ‘루시라(Lucira)’의 경우 △면봉으로 코 속의 검체를 채취해 △유리관 안의 시약과 결합한 뒤 △기기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결과 확인까지 15~30분 정도 걸린다.
  • 검사 정확도는 키트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90퍼센트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루시라의 경우 양성을 판정하는 ‘민감도’는 97퍼센트, 음성을 판정하는 ‘특이도’는 100퍼센트로 나타났다.
  • 자가 진단 키트는 가격도 PCR 검사의 15퍼센트 정도인 4~5만 원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9월에 “자가 진단 키트를 전 국민에게 배포해 검사 건수를 확대하고 무증상 환자를 선별하자”고 제안했다.

신중한 도입 필요: 보건 당국과 의료계는 자가 진단 전면 도입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검체 채취는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FDA도 14세 이상만 자가 진단 키트를 제한적으로 쓰게 한다. 특히 자가 진단 키트는 유전자 증폭 방식이 아니어서, 바이러스가 많아야 제대로 양성을 판별할 수 있다. 잘못 음성 판정을 받은 보균자가 무분별하게 돌아다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사 확대 전에 의료 인력과 병상 등 시설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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