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7일 사회
코로나 치료제는 언제 나올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말라리아 치료제 유사 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미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상 허가를 받았을 뿐인 약을 사용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핵심 요약: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유사 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제한적 응급 사용만 허가하고 있다.
치료제 후보: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약물에 주목하고 있다. 에볼라, 에이즈, 류머티스 관절염을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들이다.
  •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remdesivir): 제조사 길리어드는 올해 100만 회 투약 가능한 분량을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 FDA, 유럽의약품청(EMA)이 렘데시비르의 보급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1700명 이상이 치료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Kaletra): 최근 중국 상하이보건임상센터에서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영국에서도 중증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부 환자에게서 효과를 보였다.
  •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케브자라(Kevzara):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에서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체 안전성이 검증된 약품이어서 안전성의 다음 단계인 약효 평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백신 개발: 존슨앤존슨 등 거대 제약 기업부터 생명 공학 스타트업까지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1년 6개월 내로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 전망한다.
  • 존슨앤존슨은 코로나19 백신 후보를 발표하고 9월까지 인체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까지 10억 회 투약이 가능한 분량의 백신을 준비한다는 목표다. 생명 공학 스타트업 모더나(Moderna)가 개발한 잠재적 백신 mRNA는 시애틀에서 임상 시험 단계에 돌입했다.
  • 임상 시험을 통과하더라도 대량 생산까지는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해 항체 형성 여부를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승인 과정까지 고려하면 4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
  • 현재까지 가장 빠르게 개발된 백신은 2015년 발병한 지카 바이러스 백신이었다. 제약 업계는 7개월 만에 임상 시험 준비를 마무리했으나 임상 시험 전에 유행이 종식되었다. 이처럼 백신 개발 산업에는 개발이 완료되는 단계에서 시장 자체가 사라질 위험이 상존한다.

전망: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만큼, 백신과 치료제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사회역학자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최단 기간에 답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코로나는 현재 소비력이 높은 국가에 퍼져 있다”며 “명백히 돈이 되는 일이라 과학 기술과 제약회사의 역량이 총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4월 2일 사회
코로나가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지구가 깨끗해졌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2019년 말 공장 폐쇄와 격리 조치로 석탄 사용이 40퍼센트 줄면서 탄소 배출량이 25퍼센트 감소했다. 미국 뉴욕의 오염 수준은 50퍼센트 가까이 개선됐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가 속도를 내고 있었던 기후 변화 대응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기 침체 이후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부양책이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심 요약: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기후 변화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판데믹 사태를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의 계기로 삼지 않으면, 또 다른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코로나 효과: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개인의 소비와 여행 습관이 달라지고 있다. 이동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일어날 수 있다.
  • 항공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2017년 미국에서 배출된 탄소 가운데 28.9퍼센트가 교통 수단으로 발생했다.
  • 격리 상태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다 보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건의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 물건을 자주 사고 버리는 습관이 달라질 수 있다.
  • 1인당 소비량이 많은 나라에서 개인의 습관이 달라지는 일은 분명히 의미 있는 변화다. 2018년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사우디아라비아가 18.1톤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16.6톤, 캐나다가 15.3톤, 한국이 12.4톤 순이었다.

역효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기후 변화 대응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에 관심이 집중되는 사이 기후 변화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 빌 게이츠는 TED커넥츠 인터뷰에서 “우리가 코로나19에 관심을 갖는 동안에도 기후 변화는 진행되고 있지만, 주목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자본 시장 위축으로 친환경 에너지 분야 투자가 줄고, 경제 위기로 환경 규제가 완화되면서 기후 변화 대응이 오히려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은 환경 관련 규제를 완화해 경기 부양에 나섰다.
  • 미 항공 우주국(NASA)은 재택 근무를 결정하고, 북극 연구 비행을 중단했다. 데이터 수집이 중단되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기후 변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세계 리더들의 회의도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코로나의 교훈: 코로나19 사태와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에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기후 변화 대응책을 배워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 세계경제포럼(WEF)은 코로나19 사태의 교훈 다섯 가지를 기후 변화 대응에 적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①리스크를 재검토하고 ②사람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③전 세계적인 시각으로 보고 ④전문가를 믿고 ⑤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 세계은행의 호아킴 비에이라 페레이라 레비(Joaquim Vieira Ferreira Levy) 박사는 코로나19와 기후 변화의 공통점으로 ①전 세계적인 영향 ②빈부 격차에 따라 다른 영향 ③정부의 중요성 세 가지를 꼽았다.

결론: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사태를 극복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BBC는 ‘새로운 경제적 사고방식’을 주문한다. 경제 활동은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아니라, 자원을 활용해 필요한 것을 얻는 일로 인식되어야 한다.
 
2020년 4월 1일 사회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2020년 첫 학기가 ‘온라인 개학’으로 시작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브리핑을 통해 4월 9일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16일 중고등학생과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20일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순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유치원은 등원이 가능할 때까지 무기한 휴업하기로 했다.

핵심 요약: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휴교 상태였던 각급 학교의 교육 과정 이수, 진학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온라인 개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학생과 학교의 준비 상황, 온라인 학습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언제까지: 교육부는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4월 말부터는 온라인 수업과 출석 수업을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출결 상황 등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대학 입시에 반영된다. 온라인 수업을 할 경우, 공정한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교육부는 4월 말 학년별, 반별로 3분의 1씩 나눠서 등교하면서 온라인 수업과 출석 수업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떻게: 온라인 수업은 학교와 학생의 여건에 따라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운영된다. 교육감이나 학교장이 별도로 수업 방식을 정할 수도 있다.
  • 실시간 쌍방향 수업: 교사와 학생이 화상으로 대면하면서 토론하는 방식이다. 구글 행아웃, 마이크로소프트 팀스, 줌(ZOOM) 등 다양한 플랫폼이 활용될 수 있다.
  •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녹화된 강의나 학습 콘텐츠를 학생이 시청한 뒤, 교사가 학습 내용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 과제 수행 중심 수업: 교사가 학습 자료를 올리고 과제를 주면, 학생이 수행하고 결과를 제출해 교사의 피드백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출석 수업과 가장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불가능한 학교나 학생도 있어 교육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지도해 주는 어른이 없는 환경에서 학생들이 기기만으로 학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 교육부가 30일 자정까지 67퍼센트의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스마트 기기가 없는 학생은 17만 명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각 학교가 23만 대, 교육부가 5만 대를 보유하고 있어 대여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 문제는 학교에도 있다. 2020년 교육부 업무 계획에 따르면 초·중학교 9498개 중 32퍼센트인 2956개에는 무선 인터넷망이 없다.
  • 학습 효율에 대한 우려도 있다. 23일부터 110만 명의 공립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을 시작한 미국 뉴욕시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결론: 사상 초유의 온라인 학교가 문을 연다. 온라인 학교는 미래 학교의 모습으로 자주 거론돼 왔지만, 현실은 상상만큼 선진적이지 않다. 당장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지원과 학교의 인터넷망 보급부터 해결해야 한다.
2020년 3월 27일 사회
코로나는 평등하지 않다
인구 13억 명이 넘는 대국 인도가 3주간 전 국민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식료품 구입 등 불가피한 이유 없이 집 밖으로 나가면 최대 1년간 수감될 수 있다. 인도의 코로나 확진자는 5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의료 환경이 열악해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핵심 요약: 바이러스는 국가, 빈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퍼져 나가지만,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바이러스마저 사회적 불평등의 벽은 넘지 못한다.
코로나와 사회적 불평등:
  • 아프리카 국가들은 서구보다 확진자가 훨씬 적지만 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물과 의료 시설이 부족하고 인구 밀도가 높고 영양실조가 만연한 상태에서 코로나가 퍼지면 서구에서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 수단은 첫 번째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하자 전국의 모든 학교를 폐쇄했다.
  • 부유한 개인들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요트를 띄우고 자가 격리를 실시한다. 전세 비행기를 타고 고립된 지역으로 피신하고, 24시간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의료 장비와 음식을 갖춘 홈 벙커도 등장했다.
  • 온라인 교육에도 격차가 있다. 미국 뉴욕시는 당분간 공립학교를 폐쇄하고 온라인 강의를 실시하는데, 인터넷 접속 기기가 없는 학생이 30만 명이다. 뉴욕시는 아이패드를 대여할 방침이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물량은 2만 5000대다.
  •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시기에는 기업들이 고용을 줄인다. 이때 시간제와 임시 일용직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 저임금 노동자와 여성에게 피해가 집중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로 최대 2470만 명이 직장을 잃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
  • 의료 부문의 성 불균형도 문제다. 전 세계 의료 부문 종사자의 70퍼센트가 여성이다. 다수가 간호사인데, 간호사는 환자들의 피를 뽑고 검체를 수집하기 때문에 감염병 노출 수준이 의사보다 높다.
  • 투자금도 크고 견고한 회사로 집중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초기 단계의 기업에 투자하는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시드 투자 금액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2퍼센트 감소할 전망이다.

결론: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에 이렇게 썼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바이러스는 모두에게 평등하지만, 어떤 계층은 다른 계층들보다 더 평등해 보인다.
2020년 3월 26일 사회
학교 앞에선 꼭 서행하세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민식이법’이 25일 시행됐다.

핵심 요약: 앞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내면 최대 무기 징역에 처해진다. 음주 운전 사망 사고 가해자와 처벌 수위가 같다.
타임라인: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에서 당시 9살이던 김민식 군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치여 숨졌다. 이후 학교 앞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발의됐고,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상세: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처벌이 강화되고, 학교 앞 교통안전 설비 설치도 의무화된다.
  •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어린이가 사망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제한 속도 30킬로미터를 지켜도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민식이법이 적용된다.
  • 고의가 아니라도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 사망 사고를 내면 최대 무기 징역까지 받을 수 있는데, 음주 운전 사망 사고 가해자와 처벌 수위가 같아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 2022년까지 전국의 모든 스쿨존에 무인 단속 카메라와 횡단보도 신호기가 설치된다. 어린이가 횡단보도 앞에서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는 ‘옐로카펫’도 늘어난다.
  • 법률마다 어린이의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민식이법(도로교통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어린이의 기준은 만 13세 미만이다.

통계: 스쿨존 관련 통계와 연구를 소개한다.
  •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의 정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미터 이내의 도로 중 일정 구간이 스쿨존으로 지정된다. 전국에 1만 6765곳이 있다.
  • 스쿨존에서는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로 운전해야 하는데, 이 속도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행자의 생존율은 90퍼센트가 넘는다.
  • 2009~2018년에 발생한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5415건, 사망자는 69명이다. 2018년 기준으로 보행 중 일어난 사고가 87퍼센트이고, 오후 2~6시에 전체 사고의 55퍼센트가 발생했다.
2020년 3월 25일 사회
2021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오는 7월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을 연기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전화 회담을 가진 뒤 IOC는 임시 이사회를 열어 올림픽 연기를 결정했다.

핵심 요약: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인 동시에 거대 기업들의 비즈니스 무대다. 올림픽 연기 또는 취소는 IOC와 개최국의 뜻대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타임라인: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도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를 고집하던 아베 총리가 결국 ‘1년 연기’로 물러섰다. 앞서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년 연기 방안을 제시했고, 22일에는 캐나다와 호주가 연내 개최 시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 사회는 물론이고 일본 국내 여론마저 연기로 기울자 아베 총리도 더는 명분이 없었다.

전망: 아베 총리는 늦어도 내년 여름 전에는 올림픽 개최를 희망한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다. 여름까지만 개최하면 임기 내 폐막식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걸림돌이 적지 않다. 일본 정부 예산만 126억 달러(15조 6700억 원)가 투입된 지상 최대의 게임을 연기하려면 경기장 밖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 우선 내년 여름에는 큼직한 스포츠 행사들이 연이어 열릴 예정이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6~7월), 남미축구선수권대회(6~7월), 세계수영선수권대회(7~8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가 차례로 열린다. 대회마다 주관 방송사와 스폰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다.
  •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면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의 NBC가 난관이다. NBC는 IOC에 올림픽 중계권료로 14억 5000만 달러(1조 8000억 원)를 지불했다. NBC가 중계하는 북미 지역의 주요 스포츠 이벤트와 시기가 겹쳐 NBC로서는 가을 개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 아파트 입주 문제도 풀어야 한다. 도쿄도에 23개 동, 5600가구 규모로 건립된 선수촌 아파트는 대회가 끝나면 주거용 아파트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미 분양을 마친 물건이 있다. 올림픽 연기로 입주 시기가 미뤄지면 분쟁이 생길 수 있다.
  • 한편 하계 올림픽은 이제까지 세 차례 취소됐다. 1916년 베를린, 1940년 도쿄, 1944년 런던올림픽이다. 모두 전쟁이 원인이었다. 연기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결론: 아베 총리는 일본이 “인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승리했음을 증명하는” 주최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24일 밝혔다. 그날이 속히 오기를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2020년 3월 24일 사회
영상 스트리밍이 지구를 달구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생산과 소비가 둔화되고 차량 운행이 감소하면서 대기 질이 좋아졌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긴 실내 생활이 인터넷 트래픽 폭증으로 이어져 기후 변화에 이롭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핵심 요약: 인터넷은 생각만큼 깨끗하지 않다. 프랑스의 싱크탱크 ‘더 시프트 프로젝트(The Shift Project)’에 따르면 인터넷 관련 산업은 항공 산업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실내 생활과 인터넷 트래픽: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35개국에서 9억 명이 집에 갇혀 지내면서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다.
  • 이탈리아의 통신사 ‘텔레콤 이탈리아’는 지난주 이탈리아가 폐쇄됐을 때 유선 네트워크를 통한 인터넷 트래픽이 70퍼센트 급증했다고 밝혔다. 트래픽 상승의 주요 원인은 포트나이트 같은 온라인 게임이었다.
  •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프라임은 당분간 유럽에서 영상 스트리밍의 품질을 떨어트려 서비스하기로 했다. 유럽 연합(EU)이 인터넷 트래픽 과부하에 걸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인터넷은 생각만큼 깨끗하지 않다. B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 기기 제조와 전원 공급, 데이터 센터 운영 등 인터넷 관련 산업이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7퍼센트를 차지한다. 항공 산업이 내뿜는 양보다 많다.
  • 인터넷 관련 산업은 연간 17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한국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7억 톤)의 2.4배에 달한다.
  • 웹 서핑에 필요한 에너지는 극히 적다. 문제는 압도적인 이용자 수다. 세계 인구의 54퍼센트인 41억 명이 인터넷을 쓰고 있다.
  • 인터넷 관련 산업이 방출하는 온실가스는 2025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인터넷 트래픽의 주범은 영상 스트리밍이다. 트래픽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영상 스트리밍은 연간 3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데, 전 세계 배출량의 1퍼센트에 해당한다.
  • 영상 스트리밍 트래픽의 3분의 1을 포르노가 차지한다. 포르노에서 연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벨기에 국가 전체의 1년 배출량보다 많다.
  • 3분의 1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와 여기서 공유되는 유튜브 같은 영상 클립에서 나온다.
  • 나머지 3분의 1은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몫이다.

결론: 제조업 부진과 이동 제한으로 도심 오염이 일부 개선됐지만 그사이 인터넷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넷플릭스를 끊을 수 없다면 모바일 네트워크 대신 와이파이를 이용하고, 가급적 작은 화면에서 시청하는 것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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