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글 한 편: LH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가입 인증을 받는 블라인드 특성상 작성자는 현직 LH 직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 해당 글에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힌다”,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꼬우면 LH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논란이 일자 작성자는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캡처 화면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 익명성을 내세워 대중을 기만했다는 여론이 확산하자 LH는 “허위 사실 기반의 자극적 내용을 담아 회사의 명예를 현저히 실추시켰다”며 작성자를 명예 훼손 및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실제 작성자가 내부 직원으로 드러날 경우 즉각 파면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익명성을 사수하라: 해당 게시글 작성자가 공직 사회의 윤리 의식을 실추시킨 것에는 동의하나, 이와 별개로 경찰의 이번 수사가 온라인 익명성의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블라인드 홈페이지에는 “블라인드 직원도, 대표의 며느리도 여러분이 누구인지 모릅니다”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철저한 신원 보안이 서비스의 핵심 가치다. 해당 글의 작성자가 밝혀지면 그동안 익명성을 신뢰하던 사용자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 내부 비리 등 부당함을 알리는 익명성의 순기능도 위축될 수 있다. 경찰의 이번 압수 수색 발표에 당장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회사나 상사 욕하면 금방 신분이 밝혀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찾는다고 끝이 아니다: 블라인드 측이 “가입자 정보를 암호화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설계해 데이터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작성자 색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법률 전문가들은 작성자를 찾아낸다고 해도 LH가 주장하는 명예 훼손과 모욕죄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해당 게시글에는 구체적인 사실이나 모욕 대상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LH의 고발이 투기 의혹에 대한 비난을 개인에게 떠넘기기 위한 면피성 대응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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