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9일 사회
검찰 총장 대신 법무부 장관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 개혁 위원회가 27일 검찰 총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검찰 총장이 일선 검사들을 감독하고 수사를 지휘하던 권한을 없애는 내용이 골자다. 검찰 총장 대신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수사를 지휘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 요약: 법무부는 수사 지휘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검찰 총장의 ‘제왕적 권한 탓’이라며 권고안 결정 배경을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현재 검찰 총장은 개개의 사건에 직접 개입하는 수사 부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말하는 대로: 고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 “이 나라 최대 암적 존재는 검찰”이라고 말했다.
  • 검찰은 수사, 기소, 공소 유지, 영장 청구권을 모두 갖고 있다. 막강한 권력은 검찰 총장 1인에게 집중된다. 검찰 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장관 20명을 줘도 검찰 총장과 안 바꾼다”고 말했을 정도다.
  • 정권에 따라 특정 지역 출신이 검찰 총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두환·김영삼 대통령 등 보수 정권 시절에는 영남 출신이 발탁됐고, 김대중 정부는 ‘호남 전성시대’로 불렸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호남 출신은 다시 자취를 감췄다. 
  • 박근혜 정부를 보면 ‘내 사람 앉히기’의 부작용을 잘 알 수 있다. ‘정윤회 국정 개입 보고서’가 공개되자 대통령이 이를 ‘찌라시’로 규정했고, 검찰도 비슷한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때는 검찰이 구조 과정의 문제를 수사하기보다는 선사인 청해진 해운 유병언 전 회장에게 칼을 겨눴다.

총장 힘 뺀다고 바뀔까: 부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검찰 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6개 고등 검찰청 검사장에게 나눠 주고 법무부 장관의 직접 지휘를 받도록 하자는 게 권고안의 핵심이다. 
  • 지금은 일선 수사 팀이 검찰 총장의 승인을 받아 주요 사건의 기소, 구속 영장 청구를 결정한다. 개혁위는 앞으로 검찰 총장 대신 고등 검사장이 서면으로만 지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를 할 때는 사전에 고등 검사장의 서면 의견을 받고, 특정 사건에 대한 불기소 지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자고 했다.
  • 고등 검사장은 관례적으로 차기 검찰 총장 후보다. 윤석열 현 검찰 총장이 고등 검사장을 건너뛰고 총장이 된 유일한 사례다.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 총장과 달리, 고등 검사장은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 고등 검사장이 임명권자인 법무부 장관에게 소신 있게 맞서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지킨다는 보장도 없다. 2013년 국가 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공식 지휘권 행사 없이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구속 기소하려는 수사 팀의 결정을 강하게 반대하며 외압을 행사하려 한 걸로 알려졌다.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수사 기관의 장의 힘을 뺏는 게 해당 수사 기관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검찰 개혁이 ‘윤석열 개혁’이라는 정치적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대 과제인 검찰 개혁을 위해서 검찰 수사의 독립성 강화, 코드 인사를 막는 제도가 먼저 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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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7일 사회
‘피해자다움’은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잇따르고 있다. TBS교통방송의 진행자 박지희 아나운서는 14일 공개된 팟캐스트에 출연해 “4년 동안 대체 뭐 하다가 이제 와서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 너무 궁금하다”고 해 비판을 받고 있다.

핵심 요약: 일부 네티즌들은 피해자의 ‘신상 털기’에 나섰다. 이들은 피해 사실을 의심하고, 즉각 신고하지 않은 것에 ‘의도’를 부여한다. 경찰은 온·오프라인상의 2차 가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선택적 피해자 중심주의: 이번 사건에서 정부와 여당은 일관되게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고 있다. 
  •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우니 피해자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그러나 4월 서울시청 비서실 직원이 동료 직원 성폭행 의혹으로 고소당했을 때 서울시는 고소한 직원을 ‘피해자’로 지칭했다. 5월 청와대 디지털 소통 센터장은 15년간 성폭행을 한 친부를 엄벌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 청원 게시물을 언급하면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재판이 끝나기 전에 피해자란 용어를 쓴 것이다. 논란을 의식한 듯 홍익표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은 ‘피해자’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은 정부 여당이 그동안 강조한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여성계는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 있다면, 객관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피해가 인정된다고 본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형사 절차상 주의해야 하는 것은 범죄자를 확정 판결 전에 유죄 추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르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글을 남겼다.
  • 여성가족부는 이번 사건 고소인을 ‘피해자’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현재 고소인이 여가부가 지원하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을 통해 보호 받고 있고, 관련 법령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피해자’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피해자다움’은 없다: 김지은, 서지현 등 수많은 피해자들은 ‘왜 거부하지 않았냐, 왜 바로 알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답해야 했다.
  •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 씨는 대화에서 이모티콘을 썼다고 ‘피해자’임을 부정당했다. 안희정 측은 김지은이 안희정에게 ^^, ㅠㅠ, ㅎ, 넹 등의 ‘애교 섞인’ 표현을 썼다며 ‘피해자라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 대법원은 ‘피해자다움’은 없다며 안희정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안희정 측의 주장이 피해자를 ‘정형화’하는 편협한 관점이라고 봤다.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 ‘피해자다움’은 피해자에게 ‘완전무결’을 강요하고, 피해자 스스로 모든 걸 바쳐 피해를 입증하게 만든다. 진혜원 대구지검 검사는 박 전 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올리고 ‘나도 성추행범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YTN 이동형 작가는 “피고소인은 인생이 끝났는데 (고소인은) 숨어서 뭐하는 것이냐”고 발언했다. 모두 피해자의 의도를 의심하는 명백한 2차 가해다.

N차 가해를 막기 위한 연대: 피고소인 사망으로 법적 판단조차 받을 수 없는 피해자는 2차 가해 앞에 더욱 무력해진다. 인터넷에는 ‘피해자와 연대한다’는 내용의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피해자 측은 “2차 가해에 대한 침묵도 2차 가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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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9일 사회
피고 김정은, 1심 패소
‘피고 김정은’이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정권이 강제 노역을 당한 탈북 국군 포로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군 포로 2명은 6·25 때 북한으로 끌려가 인권을 유린당했다며 2016년 김정은을 상대로 3억 원 상당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핵심 요약: 법원이 국군 포로에 대한 북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국내에서 김정은을 피고로 하는 재판이 진행된 것도 처음이다. 판결에 따르면 북한과 김정은은 국군 포로 2명에게 각각 2100만 원씩 지급해야 한다.
김정은 없는 김정은 재판: 법원은 북한과 김정은이 우리나라 법정에서 ‘피고’가 될 수 있다고 봤다.
  • 소송 원고인 두 사람은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군에 잡혀 포로가 됐다. 정전 후에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1953년부터 3년간 평안남도의 탄광에서 일했다. 이 기간 못 받은 임금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1인당 1억 6800만 원을 김정은에게 청구했다.
  • 대한민국에 사무실도, 집도 없는 김정은에게 소장을 어떻게 전달했을까. 법원은 소장을 ‘공시 송달’했다. 상대방 주소를 확인할 수 없을 때 소송 사실을 법원 게시판 등에 알리고 두 달이 지나면 서류가 전달됐다고 보고 소송을 진행하는 제도다.
  • 북한은 우리 헌법에서 국가가 아니다. 법원은 북한을 지방 정부와 유사한 정치적 단체인 비법인 사단으로 봤다. 따라서 우리 법정이 단체의 대표자 격인 김정은에 손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비법인 사단은 인적, 물적 실체를 갖추고 있지만 법인 설립 허가를 받지 않은 단체다. 교회나 사찰, 동창회가 포함된다.

진짜 배상 받을 수 있나: 민사 소송에서 이긴 원고는 일반적으로 피고의 급여나 재산을 압류해 위자료를 받는다. 김정은과 북한의 재산에 대해서도 가능할까.
  • 한국에 북한 소유라고 볼 만한 자산이 있다. 국내 방송사들이 조선중앙TV 콘텐츠를 사용하고 지불하는 저작권료다. 그런데 대북 제재로 송금이 어려워지면서, 2009년부터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 왔다. 현재 공탁금의 규모는 2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변호인단은 이 공탁금에 대한 강제 집행을 계획하고 있다.
  • 해외에서는 앞서 비슷한 재판이 진행됐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은 미국 법원에 김정은과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우리 돈 약 5800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뒤 세계 곳곳에 은닉된 북한 재산을 압류하고 있다.
  • 지난달 25일에는 6·25 전쟁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처음으로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로 인권을 침해당했으며, 6·25 전쟁 이후에도 북한이 납북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절하면서 계속 피해를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망: 이번 판결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금전적인 배상을 받아 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금강산 관광 중단,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소송도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향후 비슷한 소송과 판결이 이어지면서 압박이 커질 경우, 삼권 분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북한이 우리 정부의 반응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0년 7월 9일 사회
사회적 심판 vs. 불법 신상 털기...디지털 교도소 논란
사회적 공분을 산 범죄 사건 피의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가 만들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라는 이름의 이 사이트에는 고(故) 최숙현 선수 폭행 가해자로 지목받은 경주시청 감독과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등 150여 명의 신상이 공개돼 있다.

핵심 요약: 디지털 교도소에는 범죄자의 얼굴과 이름, 출생 연도와 출생지, 출신 학교뿐 아니라 휴대 전화 번호까지 게재돼 있다. 사이트 운영자는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 기간은 30년이며 수시로 업데이트 된다고 밝혔다.

설문: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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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7일 사회
아동 성범죄자가 남고 싶은 나라
‘그놈’은 전 세계에 아동 성 착취물 22만 건을 팔아 4억 원을 챙겼다. 생후 6개월 영아가 나오는 영상도 있었다. 법원이 6일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씨를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국내 성 착취물 수사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한국에서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핵심 요약: 손정우는 바로 풀려났다. 지금까지 한국이 그에게 내린 처벌은 징역 1년 6개월이 전부다. 지난 4월 출소 예정이었지만, 미국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면서 다시 구속됐다. 손정우는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떠한 중형이라도 좋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손정우의 셀프 고소: 지난 5월 손정우의 아버지는 아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미국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다. “아들이 강도나 살인 같은 흉악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 않냐”고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르면 징역 1년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망쳤을 경우 송환을 요청할 수 있다. ‘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 아서 존 패터슨, 국정 농단 사건으로 수감된 최서원의 딸 정유라가 이 조약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됐다.
  • 손정우의 인도 대상 범죄 혐의는 ‘국제 자금 세탁’이다. 범죄 수익으로 모은 비트코인을 미국 암호 화폐 거래소를 통해 자금 세탁을 했다는 혐의다. 손정우의 아버지는 이 혐의로 아들을 직접 고소했다. 의도는 명확하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손정우가 국내에서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범죄인 인도 조약은 국내 법원에서 판결을 받았거나 재판 중인 혐의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16년간 한국 법원이 심사한 범죄인 인도 요청 55건 중 5건만이 거절됐다. 정치적인 성격을 지닌 범죄가 아닌 이상에야 대부분 송환 요청을 받아들였다.

n번의 관대함: 사이트 운영자가 한국에서 받은 처벌보다 이용자들이 해외에서 받은 처벌이 훨씬 더 무겁다.
  • ‘웰컴 투 비디오 회원’ 리처드 그래코프스키는 영상을 한 번 다운로드한 혐의로 징역 5년 10개월을 선고 받았다. 음란물을 배포하고, 아동 성 착취를 한 영국인 카일 폭스는 징역 22년에 처해졌다. 미국에서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하면 초범이라도 징역 15~30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 한국은 관대하다. ‘다크웹’에서 내려받은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물을 소지한 사건 8건 중 7건이 벌금형에 그쳤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물을 만든 범죄자의 20.8퍼센트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최종심 유기 징역 평균 형량은 징역 3년 2개월이다. 법원은 피고인의 반성, 범행 시인, 피해자와 합의 등을 이유로 형을 줄였다. 대법원 설문 조사 결과, 판사들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범죄의 ‘적정 양형’을 ‘3년’으로 생각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법정형은 최소 5년이다.

‘정당’한 처벌, ‘현명’한 판단: 재판부는 손정우가 국내에서 정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했다. 범죄 수익 은닉죄에 대한 처벌은 미국의 경우 최대 20년 형, 우리나라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아동 성 착취물 범죄자가 그토록 한국에 남고 싶어 한 이유다. 손정우의 아버지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2020년 6월 12일 사회
사랑의 매는 없다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10일 증가하는 아동 폭력·학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부모가 갖고 있는 자녀에 대한 ‘징계권’ 조항을 수정하고, 자녀에 대한 체벌 금지 조항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요약: 최근 부모의 아동 학대 및 살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법안 개정은 자녀를 부모의 권리 행사 대상이 아닌 사회 차원의 보호 대상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체벌 금지법: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징계권’은 60여 년간 법적으로 인정되어 왔다.
  • 현행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훈육의 의미가 담긴 이 조항이 자녀 체벌에 대한 허용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판단해 ‘체벌은 부모의 징계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별도의 조항을 만들 계획이다.
  • 세계적으로 자녀 체벌 금지법은 확산되고 있다. 1979년 스웨덴에서 최초로 도입된 뒤,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네팔 등이 관련법을 도입했다. 일본도 지난 4월부터 친권자의 자녀 체벌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자녀 체벌을 금지한 나라는 2015년 48개국에서 지난해 58개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에 “민법상 징계권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 여전히 체벌을 인정하는 국가도 있다. 미국은 1965년 제정된 ‘불법행위법’을 통해 ‘부모는 자녀의 적절한 통제, 훈련 또는 교육을 위해 합리적으로 필요하다고 믿는 경우 자녀에게 물리력을 적용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대는 훈육이 아니다: 증가하는 아동 학대 사건과 자녀 체벌 금지법의 등장으로 훈육과 학대의 경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 현행의 민법 915조는 부모들이 훈육을 이유로 학대를 저지르고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4일 학대를 받다 가방 안에서 숨진 9살 아이의 가해자 부모도 훈육을 목적으로 학대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132명의 아동이 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사례 학대 행위자 10명 중 8명이 아동의 친부모다.
  • 자녀 체벌 금지법의 등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가정 교육에 대한 “과도한 국가의 간섭”이란 비판이 있다. 또한 ‘체벌’은 법률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부모의 징계권이 삭제된다고 훈육 자체를 금지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민법 제913조에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격체로서의 어린이: 아동이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는 자녀 체벌 금지법은 아동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사회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나 분신이 아니다.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이자 인격체다.
2020년 6월 8일 사회
아이들이 집에서 죽어 가고 있다
7시간 동안 여행 가방에 갇혀 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9살 아이가 3일 오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의료진에 따르면, 가방 속에 웅크린 자세로 장시간 갇혀 있다 산소 부족으로 장기 등이 손상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 요약: 아이를 가방에 가둔 사람은 의붓어머니였다.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아동 학대를 가정사가 아닌 강력 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우리는 소년을 구하지 못했다: 사망한 아이는 이전에도 학대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
  • 피해 아동은 가방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으나 사흘 만에 숨졌다. 계모는 게임기를 고장 낸 아이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행 가방에 가뒀다가 아이가 가방 안에서 소변을 보자 다시 작은 가방에 옮겨 가두어 피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아이는 어린이날에도 맞고 있었다. 한 달 전 5월 5일, 아이는 옷걸이와 리코더로 폭행을 당해 머리가 1센티미터가량 찢어지고 몸이 멍든 채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아이의 몸에서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의료진이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아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아동 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초 욕조 안의 찬물에 웅크려 앉아 학대를 당하다 사망한 아이는 2016년도에 학대 신고가 2차례나 있었지만 가해자 부모와 분리되지 않았고 결국 사망했다. 지난 2016년 3월엔 평택 ‘원영이 사건’이 있었다. 계모와 친부가 추운 겨울 6살 아이를 화장실에 가둔 채 냄새가 난다며 락스를 들이붓고 찬물을 뿌린 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해프닝이 아니라 범죄다: 아동 폭력은 가정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발견하기 어렵다. 아동 학대를 사적인 가정사로 바라보는 시각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원가정 복귀다. 가해자의 친권을 제한하지 않고 아이를 가정으로 아이를 돌려보내는 관행은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제3자의 개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아동 학대를 사법 기관이 아닌 보건복지부가 전담한다는 것도 문제다.
  • 진술에 의존하는 조사 방법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아동 학대 조사 시 피해 아동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진술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3일 가방 안에서 숨진 피해 아동을 한 달 전 경찰이 조사했을 때도 아이가 문제가 없는 것처럼 진술해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아동 학대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과 3월 접수된 가정 내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1558건으로 전년보다 13.8퍼센트 늘었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은 같은 기간 287건에서 363건으로 26.5퍼센트 급증했다.

전망: 가방 안에서 숨진 소년의 사건으로 아동 학대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는 한국도 영미권 국가들처럼 아동 폭력 범죄에 전담 법원이 개입하고 강제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매년 학대로 죽어 가는 아이들은 강력한 처벌을 통해 구할 수 있다. 아동 폭력은 해프닝이 아닌 범죄다.
2020년 4월 27일 사회
성범죄 영상, 보기만 해도 처벌한다
디지털 성범죄물 제작 행위의 공소 시효가 폐지되고, 성범죄 영상물 판매 광고, 소지, 구매도 처벌하는 강력한 대책이 나왔다. 정부는 2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을 심의, 확정했다.

핵심 요약: 개선안의 골자는 디지털 성범죄를 적극적으로 수사해 적발하고, 형량을 높여 중범죄로 처벌하는 것이다. 정부는 ‘n번방’ 사건 등으로 실태가 드러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국무조정실·법무부·행정안전부 등 11개 부처와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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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6일 사회
학교 앞에선 꼭 서행하세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민식이법’이 25일 시행됐다.

핵심 요약: 앞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내면 최대 무기 징역에 처해진다. 음주 운전 사망 사고 가해자와 처벌 수위가 같다.
타임라인: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에서 당시 9살이던 김민식 군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치여 숨졌다. 이후 학교 앞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발의됐고,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상세: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처벌이 강화되고, 학교 앞 교통안전 설비 설치도 의무화된다.
  •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어린이가 사망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제한 속도 30킬로미터를 지켜도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민식이법이 적용된다.
  • 고의가 아니라도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 사망 사고를 내면 최대 무기 징역까지 받을 수 있는데, 음주 운전 사망 사고 가해자와 처벌 수위가 같아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 2022년까지 전국의 모든 스쿨존에 무인 단속 카메라와 횡단보도 신호기가 설치된다. 어린이가 횡단보도 앞에서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는 ‘옐로카펫’도 늘어난다.
  • 법률마다 어린이의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민식이법(도로교통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어린이의 기준은 만 13세 미만이다.

통계: 스쿨존 관련 통계와 연구를 소개한다.
  •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의 정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미터 이내의 도로 중 일정 구간이 스쿨존으로 지정된다. 전국에 1만 6765곳이 있다.
  • 스쿨존에서는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로 운전해야 하는데, 이 속도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행자의 생존율은 90퍼센트가 넘는다.
  • 2009~2018년에 발생한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5415건, 사망자는 69명이다. 2018년 기준으로 보행 중 일어난 사고가 87퍼센트이고, 오후 2~6시에 전체 사고의 55퍼센트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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