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6일 사회
“우리가 일하고 싶은 구글이 아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직원 400여 명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노조가 결성된 것은 처음이다. 노조는 4일 언론 기고문을 통해 “근로자들이 학대나 보복, 차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요약: 구글은 최근 사내 성희롱 대처, 부당 해고 등을 놓고 잇단 노사 갈등을 겪었다. 무노조 정책을 이어 온 아마존 역시 노동조합 설립 찬반 투표에 들어간다. IT 업계의 천국으로 불리던 실리콘밸리의 근로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알파벳 노동조합: 구글의 첫 노조는 임금 투쟁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평등한 근무 환경을 만들고 회사가 윤리적인 사업을 하도록 이끌기 위해 결성됐다.
  • 노조명은 ‘알파벳 노동조합’으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이름을 땄다. 미국과 캐나다 직원 400여 명으로 구성된 노조는 미국통신노조(CWA)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지도부를 선출했다. 정규직, 계약직 상관없이 모든 직원이 가입할 수 있다. 노조는 조합원들이 받는 보수의 1퍼센트씩 회비를 걷어 조합원 소송 및 임금 지원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 일반 노조와 달리 단체 교섭권은 없다. 26만 명이 넘는 전체 직원의 일부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과 새로운 계약을 하기 보다는 구성원들의 행동을 끌어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노조 집행 위원장은 ‘우리가 일하고 싶은 구글이 아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괴롭힘, 편견, 차별이 없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구글은 최근 사내 윤리와 회사 정책 등을 놓고 직원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2018년 구글이 임원의 부하 직원 성희롱 사건을 덮으려 하자 직원 2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후 사측이 반(反)노조 컨설팅 업체와 자문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에는 구글의 AI 기술 정책을 비판한 팀닛 게브루 박사가 부당 해고돼 직원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꿈의 직장은 어디로: 이번 노조 결성이 IT 기업들의 비노조 장벽을 허물었다는 평가다.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지 않던 IT 업계 근로자들이 최근 회사의 정책 변화를 외치며 행동하고 있다.
  •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세일즈포스 직원들은 경영진에게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의 기술 제공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했다. 아마존 직원들은 글로벌 기후 파업을 벌였다.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에게 기후 변화에 더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하기 위해서다. 아마존 창고 직원 수천 명은 올해 초 노조 결성 투표를 할 예정이다.
  • 내부 비판이 잇따르며 ‘최고의 직장’이라는 IT 기업 명성도 흔들리고 있다. 세계 기업 평가 업체 글래스도어의 ‘2020년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에 따르면 구글·페이스북·애플 등은 처음으로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구글은 11위였다.

악해지지 말자: 알파벳 노조는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구글의 모토를 강조한다.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회사가 되자는 뜻이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알파벳과 구글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노조는 그 기술이 공공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도록, 만든 이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에 부는 변화의 바람은 IT 기업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관련 주제 읽기: 구글, 중년의 위기
2021년 1월 6일 사회
한국 배가 이란에 납치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우리나라 선박이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동결 계좌에 있는 원유 대금 70억 달러(7조 6230억 원)가 이유다. 군은 청해부대를 급파했고, 외교부는 조속한 선박 억류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핵심 요약: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의 핵 갈등이 있다. 나포와 동시에 이란은 핵 합의를 파기하고 순도 20퍼센트의 우라늄 농축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군 드론이 폭살한 혁명수비대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의 1주기를 앞두고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예고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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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6일 사회
바다가 사라진다면
인도네시아 발리섬이 쓰레기 섬으로 변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발리 인근에서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90톤에 달한다. 플라스틱 사용은 늘고, 처리 시스템은 비효율적인 탓이다.

핵심 요약: 바다가 죽어 가고 있다. 매년 1000만 톤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오르면서 사라지는 해변도 늘고 있다. 이대로라면 바다에서 휴가를 보내는 일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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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6일 정치, 경제, 사회
1월 6일 브리핑
1. 4월부터 서울의 택시 요금이 자율화된다. 카카오 택시 등 플랫폼 가맹 택시 사업자는 카시트 설치나 자전거 운송 등 부가 서비스에 따라 자유롭게 운행 요금을 정할 수 있다.

2. 북한이 코로나19 백신 신청서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제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유럽 대사관에 백신 확보를 문의한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 확진자가 전혀 없다고 주장해 왔다.

3. 실내 체육 시설 집합 금지 조치 연장에 반발하는 일부 헬스장 업주들이 운영을 재개하는 ‘오픈 시위’를 벌이고 있다. 4일 스키장, 학원 영업이 허가되자 헬스장 업계는 정부가 불공평하게 지침을 내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퀴즈: 게임업체 대표 중 처음으로 ‘공학계 명예의 전당’인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에 선정된 인물은 누구일까? 정답은 아래에.
4. 지난해 3분기 국내 소비자의 술과 담배 지출액이 4조 3000억 원으로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와인 수입 물량과 금액도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피로감이 커진 데다 홈술과 홈파티 문화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5. 성범죄자 정보가 카카오톡으로 공개된다.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19세 미만 자녀를 부양하는 세대주는 5일부터 카카오페이에 가입해 본인 인증을 한 후 성범죄자의 이름, 나이, 주소, 실제 거주지 등을 볼 수 있다. #성범죄자 알림e

6. 금융위원회가 6일부터 카드 포인트 통합 조회 서비스시작한다. 여러 카드사에 흩어져 있는 카드 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해 현금처럼 원하는 계좌로 찾을 수 있다. 2019년 기준 카드 미사용 포인트는 1100억 원에 달한다.

7. 영국 법원이 미국 법무부의 줄리안 어산지 위키리크스 설립자 송환 요청을 거부했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어산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와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 등을 폭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의 1급 수배 대상이다.

8. 이탈리아와 미국의 합작 자동차 회사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와 프랑스 PSA 그룹의 합병안이 통과됐다. 이로써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가 출범하게 됐다. 합병 후 사명은 스텔란티스(Stellantis)다.

정답: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공학한림원은 학문적 성과뿐 아니라 세계 최초 기술 개발 업적, 특허 출원 및 등록 개수 등을 두루 평가해 정회원을 선발한다. 정회원은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30개국 공학한림원에서 권위자 대우를 받는다.
2021년 1월 5일 사회
정인이의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향한 추모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세 차례의 심정지 끝에 응급실에서 숨졌다. 입양된 지 9달 만이다. 검찰은 양모를 아동 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핵심 요약: 경찰은 아동 학대 신고를 3번 받고도 정인이를 부모와 분리하지 않았다. 부모 진술에만 의존해 소극적으로 개입하는 수사 관행 때문이다. 안전한 입양 가정을 만들기 위해 아동 중심의 입양 절차와 입양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번의 기회: 양부모는 지난해 1월 정인이를 입양해 10월까지 지속해서 학대했다. 학대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경찰에 접수됐지만 정인이는 매번 집으로 돌아갔다.
  • 처음 학대를 신고한 사람은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다. 당시 경찰은 정인이 몸에 남은 멍이 안마를 하는 과정에서 생겼다는 양부모 말만 듣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동네 주민이 정인이가 차량에 수십 분간 방치된 상황을 목격하고 신고했다. 양부모는 수면 교육이라고 둘러댔다.
  • 마지막 신고자는 소아과 원장이었다. 학대 흔적이 있다는 전문가 진단에도 경찰은 정식 수사를 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인이의 사망 원인을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라고 봤다.
  • 현행법은 아동 학대 가능성이 클 때 아동을 격리 보호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할 때가 많다. 아동이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원가정 보호 원칙 때문이다. 지난해 학대 피해 아동 3만 4000여 명 중 가정과 분리된 아동은 12퍼센트에 그쳤다. 재학대 사건 10건 중 7건은 첫 학대부터 계속 가해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발생했다.

입양의 자격: 입양의 목적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입양이 단순히 자녀를 늘리거나 경제적 이득을 위한 도구가 될 경우 아동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 지난해 경남 창녕에서 9살 여아를 학대한 계부는 피해 아동이 병원에 입원한 사이 지자체에 가정 양육 수당을 신청했다. 정인이의 양부모는 딸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이유로 입양을 선택했다. 이후 입양 축하금 100만 원과 함께 매달 입양 아동 수당 15만 원, 일반 아동 수당 10만 원을 받았다.
  • 현재는 입양 기관이 먼저 예비 양부모의 재산, 범죄 경력, 건강 상태 등을 조사해 적격성을 판단하고 법원이 최종 단계에서 입양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사법정책연구원은 입양을 위해 존재하는 민간 기관이 예비 입양 부모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예비 양부모가 아동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아동 중심 입양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입양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인아미안해: 정부는 올해부터 학대 의심 신고가 2번 접수되면 아동과 부모를 즉시 분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뒤늦게 발표했다. 입양은 아이의 삶을 바꿔 놓는 중대한 결정이다. 아동 중심의 입양 정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삶을 지킬 수 없다.

관련 주제 읽기: 아이들이 집에서 죽어가고 있다
2021년 1월 5일 경제, 사회
2021년은 다르다
“잠수함에 치인 것 같았던 2020년”이 지나고 2021년이 시작됐다. 최악의 위기를 지나 맞은 새해에는 경제가 회복되고 기술과 과학의 발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핵심 요약: 회복의 핵심 동력은 코로나 백신이다.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백신 접종으로 사회가 안정감을 되찾고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변화의 곁에는 코로나 시대에 경험한 과학 기술의 발달이 있다. 세계 석학들의 2021년 전망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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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5일 사회
사람이 줄어드는 세계의 미래
한국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3일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 등록 기준 출생자 수는 27만 5815명으로, 사망자 수 30만 7764명보다 적었다. 1970년 출생과 사망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핵심 요약: 인구 감소가 현실이 되자 생산성과 소비 여력 감소, 복지 시스템 과부하 등을 우려하는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구 감소를 위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성장 중심의 산업 사회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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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5일 정치, 경제, 사회
1월 5일 브리핑
1. 한국 국적 유조선이 4일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선원 20명 중 우리 국민은 5명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기름 오염이 나포 이유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청해부대를 급파했고, 외교부는 선박 억류 해제를 요청하고 있다.

2.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월 말부터 시작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품목 허가 심사에 착수했다. 통상 180일 이상 걸리는 심사 절차를 40일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3.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2900선을 돌파했다. 4일 코스피는 2.47퍼센트 상승한 2944.45에 거래를 마쳤다. 1조 285억 원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피 시가 총액은 이날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었다.

퀴즈: 저탄소 친환경 고속 열차 KTX-○○이 5일부터 정식 운행된다.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고, 행복을 이어 달라는 의미가 담긴 이 열차 이름은 무엇일까? 정답은 아래에.
4.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의원이 네 번째로 하원 의장을 지내게 됐다. 현지 시간 3일 열린 117대 하원에서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의장에 선출됐다. 하원 의장은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미국 권력 서열 3위다.

5. 일본 수도권에 코로나19 긴급 사태가 다시 발령된다. 《아사히 신문》은 4일 “스가 총리가 이르면 이번 주 긴급 사태를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긴급 사태 선포 지역에서는 불필요한 외출 자제, 다중 이용 시설의 사용 제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6. 인도에서 코로나19 백신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 정부는 앞서 3일 자국에서 개발 중인 코박신(Covaxin)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으나 3상 임상 시험이 끝나지 않았고, 예방 효과가 밝혀지지 않아 반발이 일고 있다.

7. 인도네시아 발리섬이 플라스틱으로 뒤덮이고 있다. 발리 환경위생국이 지난 1일부터 이틀간 플라스틱 쓰레기 90톤을 수거했다고 《가디언》이 3일 밝혔다. 계절풍 영향으로 강수량이 많아지고 바람이 세지는 몬순 기후와 비효율적인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원인으로 꼽힌다.

8. 미국 리조트 업체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이 영국 온라인 카지노 업체 엔테인(Entain) 인수를 추진한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오프라인 매출을 온라인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다. 인수 금액은 110억 6000만 달러(11조 9700억 원) 규모다.

9.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 로쿠(Roku)가 영상 플랫폼 퀴비(Quibi)와 콘텐츠 공급 협상을 하고 있다. 드림웍스 창업자인 제프리 카젠버그가 2018년 설립한 퀴비는 지난해 10월 폐업을 결정한 바 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기존 퀴비 콘텐츠는 로쿠에 독점 공급된다.

정답: 이음. KTX-이음(EMU-260)은 친환경 고속 열차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새마을호 등 디젤 기관차의 70퍼센트 수준이다. 전력 소비량은 기존 KTX의 79퍼센트 정도다. 5일부터 중앙선 원주-제천 구간에서 정식 운행을 시작한다. #KTX-이음 소개 영상
2021년 1월 4일 사회
낙태죄가 사라진 자리
2021년 1월 1일부로 낙태죄 처벌 조항이 폐지됐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내린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관련 형법 조항이 효력을 상실해서다. 헌재가 주문했던 대체 입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 여야 등이 발의한 6개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핵심 요약: 낙태죄는 사실상 폐지됐지만, 안전한 임신 중단과 개인의 재생산 권리 보장은 이제 시작 단계다. 헌법재판소가 명시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현실화하려면 공백을 메울 제도가 필요하다.
‘기한 만료’로 충분할까: 헌법재판소 결정대로라면 2020년 안에 대체 법안을 마련해야 했지만, 국회는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안전한 임신 중단을 보장할 제도도 아직이다.
  • 처벌 조항은 폐지됐지만, 자유롭게 임신 중단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 따라 시술을 거부할 수도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해 말 임신 10주(초음파 검사상 태아 크기 기준) 미만에만 조건 없는 임신 중단 시술을 시행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 원칙적으로는 약물을 이용한 임신 중단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입 허가를 받은 업체가 없어 미프진 등 임신 중단 약물을 국내에서 구매할 수는 없다. 식약처는 수입 업체가 허가 신청을 하면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낙태죄 폐지로 개정돼야 하는 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처벌을 규정한 형법, 임신 중단의 세부 절차 등을 규정하는 모자보건법이다. 두 가지 모두 개정에 실패했다. 안전한 임신 중단 보장에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이 개정돼야 임신 중단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안전한 시술을 위한 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다.

국가가 아닌 나를 위한 권리: 임신과 출산은 더 이상 국가의 인구 정책 수단이 아니다. 개인의 선택과 권리다.
  • 지금의 모자보건법은 출산 권리가 아니라 모성, 즉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능력을 보호한다. 국가 인구 관리 차원에서 1973년 도입됐다. 산아 제한이 화두였던 당시에는 오히려 임신 중단의 허용 범위를 넓히는 법이었다. 형법상 전면 불법이었던 임신 중단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을 담았다.
  • 낙태죄 폐지를 말하는 여성들은 ‘재생산권’을 주장해 왔다. 인구 정책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개인의 권리로서 임신과 출산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재생산 권리는 1994년 카이로 국제인구개발회의에서 인권으로 규정됐다. 성관계, 임신과 출산 여부와 시기, 자녀의 수에 대해 자유롭고 책임 있는 결정을 할 권리다.
  • 재생산권이 보장되면 국가가 규정하던 범위 밖에서도 출산을 선택하고, 보장받을 수 있다. 결혼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모자보건법은 부부가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만 난임으로 규정하고, 난임일 경우에만 보조 생식 기술을 허용한다. 사유리 씨가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은 이유다.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이유로 들었다.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22주 내외까지는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진정한 의미의 ‘자기 결정’을 하려면 임신 중단의 안전성과 함께 사회 경제적 환경에 상관없이 임신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관련 주제 읽기: 정부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
2021년 1월 4일 사회
사표보다 늦은 사과
지난달부터 시작된 구치소, 교도소 등 전국 교정 시설의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의를 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과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과했다.

핵심 요약: 12월 30일 사표가 수리된 장관의 뒤늦은 SNS 사과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사과의 시기도, 방식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과 함께 물러나기 직전에 밝힌 사과 메시지의 진정성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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