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0일 경제, 사회
아마존은 사무실을 선택했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원격 근무가 아닌 사무실 근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마존은 뉴욕, 피닉스, 샌디에이고, 덴버, 디트로이트, 댈러스 등 미국 6개 도시에서 총 3500명의 오프라인 근무 인력을 추가 고용하기 위해 14억 달러(1조 6571억 원)를 투입한다.

핵심 요약: 페이스북, 트위터 등 대부분의 테크 기업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원격 근무를 확대하는 가운데 아마존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직접 만나 즉각적으로 소통하면서 함께 일하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마존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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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9일 정치, 사회
편히 잠들 자격
과거 친일 행적을 한 인사의 국립묘지 퇴출을 주장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75주년 기념사를 계기로 ‘친일 파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15일 “친일·반민족 인사 69명이 국립 현충원에 안장돼 있다”며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해야 한다”며 파묘를 주장했다.

핵심 요약: 여당은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반민족 인사의 묘를 이장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무덤을 파내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친일 파묘를 놓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입장과 시대를 역행하는 부관참시라는 의견이 맞붙고 있다.
현충원의 모순: 국립묘지인 서울과 대전 현충원에는 항일 인사와 친일 인사가 함께 잠들어 있다.
  • 국립묘지법에 따르면 현충원 안장 대상자는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 또는 헌법재판소장의 직에 있었던 사람,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서 사망한 사람이다. 무공 훈장을 받거나, 장성급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 중 전역·퇴역·면역된 후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 서울 현충원에는 박은식, 이상룡 등 임시 정부 요인 18명과 의병 활동·독립 투쟁을 벌인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214명이 잠들어 있다.
  •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 위원회가 분류한 12명의 친일·반민족 행위자도 함께 안장돼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회의원, 장관, 군 장성 등 핵심 요직을 거치기도 했다. 고 백선엽 장군은 6·25 전쟁에서 공을 세웠지만 독립군을 탄압한 만주군 간도 특설대 장교로 활동한 이력이 드러났다. 백낙준 전 문교부 장관은 광복 후 연세대 총장을 지내며 교육 발전에 힘썼지만, 태평양 전쟁을 성전이라고 주장하는 등의 친일 행적이 밝혀졌다.

무엇이 역사에 대한 폭력일까: 친일 잔재 청산은 이념과 무관한 역사적 과제다. 하지만 정치권의 파묘 추진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 여당은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 행위자와 서훈 취소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안장 자격을 상실한 이들의 유족에게 국가보훈처장이 시신 또는 유골을 이장하도록 명하게 했고, 응하지 않으면 친일·반민족 행위나 서훈 취소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도록 했다. 여당은 파묘 추진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기회라고 강조한다. “국립묘지에 원수가 있는데 국가유공자들, 애국선열 지사들이 저승에서 잠들 수 있겠느냐”라는 말도 나왔다.
  • 모든 인물이 ‘공’과 ‘과’를 가지고 있음에도 ‘과’만 부각해 국민 분열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만할 정도의 평가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묘 추진은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파묘를 추진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년의 검증: 프랑스는 국립묘지인 판테온에 안장하기 전 최소 10년 이상의 유예 기간을 두고 인물의 정치적 공과를 검증한다. 판테온에 처음으로 안장된 혁명가 미라보가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 측과 내통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장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엇갈린 평가를 받는 인물이 국립묘지에 잠들 자격이 있다, 없다를 말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2020년 8월 19일 사회
현재 기온 54.4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 공원의 최고 기온이 16일 섭씨 54.4도까지 치솟으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데스밸리 방문자 센터에 설치된 비공식 온도계에는 59도가 표시되기도 했다. 해수면보다 89미터 낮은 사막 지역인 데스밸리는 1913년에 56.7도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핵심 요약: 기후 변화 위기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데스밸리의 기온이 치솟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대형 산불과 함께 소용돌이 불기둥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었던 빙붕이 무너졌다. 독일 재보험사 뮤닉 리(Munich R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생한 자연재해로 전 세계가 입은 피해 규모는 680억 달러(80조 6344억 원), 사망자는 2900여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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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8일 사회
다시, 코로나 비상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2차 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17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국에서 197명 늘어 누적 1만 5515명에 달했다. 신규 확진자 197명 가운데 188명이 지역 발생 감염으로, 156명이 서울, 경기에서 나왔다.

핵심 요약: 신규 확진자 수는 14일부터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경기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는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됐다. 서울 광화문 반정부 집회에 참석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커졌다.
수도권 교회발 확산: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등 수도권 교회들이 확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대구 신천지 사태 이후 최대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의 16일 신규 확진자 수는 146명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107명이 사랑제일교회에서 나왔다. 검사 대상자 가운데 669명은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목사는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집회에 연사로 나섰고 신도들의 참가를 독려했다. 이날 집회에는 2만여 명이 몰렸다. 전 목사는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 등록 교인 수가 56만 명에 달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10여 명이 감염됐다. 이들 중 다수는 성가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찬송가를 부르거나 함께 식사하는 등의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해 왔다.

사라진 연휴 할인: 정부는 외식, 영화, 박물관 할인 이벤트를 벌였다가 취소했다.
  • 정부는 내수 회복을 목표로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고 14일부터 주말마다 회당 2만 원 이상, 6회 외식을 하면 1만 원을 환급해 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영화관과 박물관, 공연, 숙박 할인 등도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었다.
  • 같은 시기, 중앙 방역 대책 본부는 주말과 임시 공휴일에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확진자가 급증한 16일부터는 서울, 경기 지역에 외출과 모임을 자제해야 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발령했다. 할인 행사는 취소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전문가들은 2차 유행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전환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3단계가 발령되면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10명 이상의 모임, 등교는 물론 종교 시설, 결혼식장 등의 운영이 중단된다.
  • 현재 적용되고 있는 2단계는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고 등교 인원을 축소하는 조치다. 클럽, 주점 등 고위험 시설의 운영이 중단된다.

코로나 비상: 수개월째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코로나는 일상의 일부가 됐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비상 상황이라는 사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뉴질랜드도 11일 확진자가 나온 이후 봉쇄령을 내리고 9월 19일로 예정된 총선을 10월 17일로 연기했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어떤 나라도,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2020년 8월 18일 사회
파란 천국의 검은 눈물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 해역에서 좌초해 기름 유출 피해를 일으킨 일본 화물선이 3주 만에 두 동강 났다. 모리셔스 국가 위기 관리 위원회는 15일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며 추가로 인력을 투입해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 요약: 사고로 이미 1000톤이 넘는 기름이 유출됐다. ‘천국의 섬’이라 불리는 모리셔스 바다가 제 모습을 찾는 데 수십 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모리셔스에서 주민들은 기름을 흡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발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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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7일 사회
거리로 나온 #덕분에 의사들
대한 의사 협회가 26일부터 28일까지 2차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14일 전공의와 개원의가 참여한 파업은 큰 의료 대란 없이 마무리됐다. 이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필수 인력’으로 남아 있던 전임의와 교수진까지 거리로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핵심 요약: 코로나19로 공공 의료 강화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첫 번째 방안으로 정부가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4000명의 의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각자의 진단: 의사 수를 놓고 부족하다는 정부와 많다는 의사 단체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정부는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가 2.3명으로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평균인 3.4명보다 낮다는 통계를 들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의사 단체는 다른 통계로 반박한다. 연평균 의사 증가율이 3.1퍼센트로 OECD 평균 0.5퍼센트보다 높다는 것이다. 고령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정반대다. 노년층이 늘어나는 만큼 의료 수요도 많아질 거라는 주장과 의료 시장 자체가 축소될 거라는 의견이 부딪힌다.
  • 정부는 공공 의료 강화 해법으로 의사 수를 늘려 필요한 과목에 배치할 예정이다.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400명씩 의사를 늘리고, 이 가운데 300명은 지역 의사로 양성한다. 지역 의사제는 지역 내 중증 필수 의료 분야에서 10년 동안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의사 면허를 주는 제도다.
  • 의료계는 ‘의무 복무’ 10년을 채운 뒤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로 이탈할 것이라며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경제·문화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은 5억 원의 연봉을 줘도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장학금이 유의미한 근무 동기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내외산소’: 양측 모두 특정 전공 집중 현상과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 사람의 평생 건강을 책임지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는 대표적인 기피 전공이다. 감염병 시대에 감염 내과 전문의는 전국에 200여 명뿐이다. 소아외과 전문의는 48명에 그친다. 반면 미용·성형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는 3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의료계는 이런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재배치 방안이 없으면, 특정 분야의 의사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 현재 지역별 의사 수는 서울 3.1명, 광주 2.5명, 경북 1.4명, 충남 1.5명 등 서울 및 주요 광역시와 지역 간 격차가 크다. 치료 여건이 안 돼서 사망한 사람들을 뜻하는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은 경북 영양이 107.8명으로 서울 강남의 3.6배다.

모두를 위한 처방은: 의료계는 기피하게 되는 과목과 지역에 대한 진료비, 의료 수가를 조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하지만 수가 인상만이 답이 될 수는 없다. 누구나 필요한 치료를 받기 위한 공공 의료 확대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도 해결책은 아니다. 의료진이 공공 의료에 대한 비전을 갖고,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정교한 유인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0년 8월 14일 사회
28년 만의 휴가
택배 기사들이 28년 만에 첫 휴가를 받았다. 우체국과 씨제이(CJ)대한통운·한진·롯데 등 주요 택배사가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고 공식 휴무를 선언했다. 이날까지 신선식품 등 상하기 쉬운 소포는 접수가 중지되고, 일부 택배는 접수를 받더라도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

핵심 요약: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택배업은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 뒤에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견뎌야 하는 택배 노동자들이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7명이 과로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로도 남지 못한 죽음: 주 52시간 근무 시대, 택배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고 월평균 25.6일을 일한다.
  • 택배 노동자들은 계약 형태상 ‘사장님’이다. 사업주로부터 일을 받지만 근로 계약을 맺지 않은 일종의 프리랜서, 특수 고용직이다. 요즘 말로 플랫폼 노동자다. 이들은 주 52시간제를 포함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배달 물량에 따라 받는 수수료는 십수 년째 동결이다. 한 건당 평균 800원으로 1분 30초에 한 곳씩 수백 군데를 거쳐야 퇴근할 수 있다.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7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졌다. 산업 재해로 인정된 경우만 포함됐다. 전체 택배 기사 5만 명 가운데 7000명 정도만 산재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입률이 낮다 보니 대부분 단순 사고사로 기록된다. 고용 노동부도 과로사 관련 통계를 공개한 적 없다.
  • SNS에 ‘#늦어도괜찮아’ 등의 해시태그를 단 응원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은 연휴가 끝난 뒤 물량이 급증하는 것을 우려해 13일을 ‘주문 안 하는 날’로 정했다.

미안해요, 리키: 영국 택배 기사의 삶을 다룬 영화 〈미안해요, 리키〉는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플랫폼 노동의 허울 좋은 민낯을 잘 보여 준다.
  • “서명하면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일한 만큼 번다는 말에 두 아이의 아빠 리키는 택배 기사 계약을 맺는다. 첫날, 동료가 리키에게 빈 페트병을 건넨다. 화장실 갈 시간이 없으니 페트병에 소변을 보라는 것이다. 리키는 가족을 위해 매일 쉴 틈 없이 일하지만,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어 두 아이는 방치되고 비뚤어진다. 상사는 “네가 배송하는 물건에만 관심이 있을 뿐, 너에게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 영화의 원제인 ‘Sorry, We Missed You’는 택배 노동자가 받는 사람이 부재중일 때 남기는 메모다. 영화를 만든 켄 로치 감독은 “현대 기술의 발달이 새로운 형태의 착취를 만들었다”고 인터뷰했다. 고객이 택배 물건의 동선을 실시간 확인하고 예상 도착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상황이 택배 기사를 극한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제목은 진짜 우리가 놓쳐 버리고, 미안해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묻는다.

이벤트를 넘어서: 14일 하루를 쉬더라도 택배 노동자들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 않다. 휴가 기간에 쌓인 택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 업계는 이런 휴일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노동권과 건강권, 휴식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 5일 근무 도입과 공식 휴무일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주제 읽기: 영혼 있는 노동, 배달은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가
2020년 8월 14일 정치, 사회
고양이 보좌관, 은퇴합니다
영국의 ‘고양이 공무원’이 사직서를 내고 은퇴했다. 영국 외무부 수석 쥐잡이 보좌관(Chief Mouser to the Foreign and Commonwealth Office)인 고양이 팔머스톤은 7일 트위터를 통해 사직서를 공개하고 외무부 공무원으로서의 삶에서 물러나 교외로 이주해 나무를 타고 정원을 돌아다니면서 여유롭게 살겠다고 선언했다.

핵심 요약: 낡은 건물의 쥐를 잡기 위해 키웠던 고양이들은 정부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아 시민과의 소통에 기여하고 있다. 고양이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예리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데다, 쥐를 잡는다는 점 때문에 감시와 개혁을 뜻하는 정치적 상징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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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2일 사회
민주주의의 목소리가 체포됐다
홍콩 언론 재벌이자 대표적 반중 인사로 꼽히는 지미 라이 《빈과일보》 사주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0일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200여 명을 투입해 《빈과일보》사옥을 압수 수색하고 지미 라이의 두 아들도 체포했다.

핵심 요약: 지미 라이는 30년 동안 반중 투사로 살아왔다. 2014년 홍콩 ‘우산 혁명’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뒤 중국 정부로부터 시위의 배후로 지목 당했다. 홍콩 야권은 이번 체포가 언론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업가에서 민주 투사로: 지미 라이는 자신을 자유를 외치는 ‘반란군’이라고 표현한다. 중국 관영 매체는 ‘홍콩에 재난을 안기는 4대 인물’의 첫 번째로 그를 꼽았다.
  • 지미 라이는 13살에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건너와 의류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고, 이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만들었다. 성공한 사업가인 그가 언론에 뛰어든 계기는 1989년 일어난 천안문 사건이다. 그는 1995년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를 창간했다.
  • 《빈과일보》는 2014년 ‘우산 혁명’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홍콩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을 앞장서 보도했다. 사람들이 집회에 가져갈 수 있도록 전단을 인쇄해 신문에 내보내기도 했다. 지미 라이는 언론 사업으로 번 돈의 일부를 반중국 단체와 민주화 인사를 돕는 데 썼다. 정부의 압박을 받은 홍콩 기업들이 광고를 중단해 《빈과일보》의 모회사 넥스트 디지털은 경영난을 겪었다.
  • 테러 공격에도 시달렸다. 2008년에는 자택 나무에 사제 폭탄이 설치됐고, 지난해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들이 자택에 화염병 테러를 벌였다. 올해 2월과 4월에는 반중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이번에 그는 외국과의 유착, 선동적인 언행 등의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7월부터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은 ‘외세와의 결탁’ 등을 범죄로 보고 최대 무기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지미 라이는 지난해 7월 미국 백악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직접 만나 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했다.

민주주의 랠리: SNS를 중심으로 ‘지미 라이와 《빈과일보》 구하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 지미 라이 체포 이후 넥스트 디지털 주가는 장 초반 17퍼센트 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SNS를 중심으로 지미 라이를 돕자는 글이 올라오면서 한때 344퍼센트 폭등했다. 민주파 국회의원 시우카춘은 “내일 《빈과일보》가 백지로 나오더라도 신문을 살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넥스트 디지털 주식 거래 인증 샷도 올라오고 있다. 11일 《빈과일보》는 평소보다 5배가량 많은 50만 부 인쇄됐고, 홍콩 시내 곳곳에서 신문을 사려는 시민들이 새벽부터 줄을 섰다.
  • 지미 라이에 이어 ‘우산 혁명’의 전면에 나섰던 아그네스 차우 등 민주화 인사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중국 정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 인권 고등 판무관실 대변인은 “이번 체포는 국제인권법과 홍콩의 기본법으로 보호되는 권리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속 싸울 것”: 11일 발행된 《빈과일보》 1면의 헤드라인은 ‘계속 싸울 것’이다. 지미 라이는 6월 “아무것도 없이 홍콩에 왔고, 이곳의 자유는 나에게 모든 것을 줬다. 지금은 받은 만큼의 자유를 갚기 위해 싸울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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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1일 사회
레디 스튜던트 원
학교 잔디밭에서 점심을 먹고, 기숙사 방에 친구를 초대하고, 강의동을 이동하면서 수업을 듣는 일. 코로나 사태로 잃어버린 평범한 대학 생활을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 학부생 5명이 온라인으로 구현해 주목받고 있다.

핵심 요약: 학생들이 만든 웹사이트 클럽 카디널(Club Cardinal)은 스탠퍼드대 캠퍼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학생과 교직원은 웹사이트에서 자유롭게 캠퍼스를 거닐고, 기숙사 방을 꾸미고,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8월 2일 개설한 사이트에는 3일 만에 47개국의 1550명이 접속했다. 화상 채팅방은 277개가 개설됐다.
게임 같은 학교생활: 클럽 카디널은 비디오 게임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학생들은 가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캠퍼스를 경험할 수 있다.
  • 스탠퍼드대 이메일 계정으로 사이트에 접속하면 개인 프로필을 설정하고 아바타를 만들어야 한다. 머리 모양, 옷과 신발 등을 고를 수 있다. 사용자들에게는 기숙사 방이 배정되는데, 화분이나 가구를 구입해 방을 꾸미거나 친구를 초대할 수 있다.
  • 사용자들은 아바타로 캠퍼스를 누빈다. 스탠퍼드의 학생 회관인 트레시더 유니언, 중앙 광장인 메이어 그린, 잔디 광장인 디 오벌 등 실제 캠퍼스와 같은 공간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 아바타로 각 건물에 입장하면 화상 회의 앱 줌(Zoom) 링크가 열리고 같은 공간에 있는 사용자들과 온라인 화상 채팅을 하거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클럽 카디널의 첫 행사는 디 오벌에서 열린 ‘스탠퍼드 서머 엔지니어링 아카데미’였다.
  • 사이트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가상 화폐도 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하루에 5코인, 사이트를 사용하고 있을 때에는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1코인씩 적립된다. 적립된 코인으로는 사이트 내 상점에서 가상 기숙사 방을 꾸밀 가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학생들이 일으키는 혁신: 클럽 카디널은 올봄 열린 스탠퍼드대 학생 대상 혁신 경연 대회에서 우승한 프로젝트다.
  • 클럽 카디널은 스탠퍼드 학부생 5명이 만들었다. 기업 관계자의 조언을 받으면서 10주간 진행되는 경연 프로그램 ‘스탠퍼드 여성 컴퓨터 과학 혁신 챌린지’에서 1위를 차지해 5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 혁신과 실험이 일어나는 장으로서의 학교, 공부하고 일하며 생활하는 가운데 사회를 경험하는 학교를 되살리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개발 팀 멤버인 미셸 친(Michelle Qin)은 “캠퍼스에서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는 경험을 구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의 학교: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의 대학에서 대면 소통으로 사회를 경험하는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 데이비슨대 대학 위기 이니셔티브(College Crisis Initiative)는 가을 학기 대면 강의를 시작하는 대학이 전체의 25퍼센트에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수업에 따른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스탠퍼드대 학생들의 가상 캠퍼스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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