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0일 정치
Rest In Power, 존 루이스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존 루이스 전 민주당 하원의원이 17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루이스 의원은 마틴 루터 킹 목사 등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끈 6인 ‘빅 식스(Big Six)’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였다.

핵심 요약: 루이스는 흑백 분리법 반대 시위, 흑인의 일자리와 참정권을 요구하는 행진 등을 이끌었고,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의원을 거쳐 17차례 하원의원에 당선된 인권 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다. 루이스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아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추모의 메시지를 남기고 전국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역사를 이끌다: 루이스는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역사를 이끌어 온 인물로 꼽힌다.
  • 앨라배마주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루이스는 1955년 킹 목사의 연설을 듣고 킹 목사가 주도한 흑백 분리법 반대 투쟁에 참여하며 인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학생 비폭력 조정 위원회(SNCC) 설립에 참여했고, 백인 운동가들과 함께 워싱턴DC에서 뉴올리언스까지 버스로 이동하며 시위를 벌이는 프리덤 라이더스 운동에도 참여했다. 당시 이동 도중 백인들에게 각목과 야구 방망이로 구타당해 의식을 잃기도 했다.
  • 흑인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1965년 셀마 평화 시위에서는 경찰의 폭행으로 두개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이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방송되면서 전국적인 분노를 일으켰고, 흑인 참정권을 보장하는 연방 투표권법이 제정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 1981년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17선 하원의원을 지냈다. 2011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계속해 왔다. 러시아와 공모해 당선됐기 때문에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며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했고, 반이민 정책을 펴는 “인종 차별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행진의 시작: 마틴 루터 킹, 제임스 파머, 필립 랜돌프, 로이 윌킨슨, 휘트니 영 등 6인의 거물급 시민 운동가를 지칭하는 빅 식스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였던 루이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와 함께 새로운 운동이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저널리스트 미셸 노리스는 《워싱턴포스트》에 “그의 배턴이 우리 손으로 넘어 왔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 우리가 승리해야 할 레이스가 시작됐다”고 썼다.
  •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는 이제 이 나라를 재건하기 위한 행진을 명령받았다”고 썼다. 부고를 공식 발표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그에 대한 기억이 우리에게 부정의에 맞서 선한 투쟁을 이어 나갈 힘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절대 두려워하지 말라: “좋은 문제, 꼭 필요한 문제를 일으키는 일, 소란을 벌이는 일을 절대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가 시대를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시대는 우리를 선택했다.” 루이스가 생전에 했던 말이다. SNS에서는 #restinpower라는 해시태그를 단 추모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용기, 공동체를 위한 투쟁의 힘은 그가 떠난 세계에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관련 주제 읽기: 아슬아슬한 인종 논쟁
2020년 7월 17일 정치
기사회생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공직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상고심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지사는 이로써 지사직을 유지하고 차기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핵심 요약: 이 지사는 2018년 지방 선거 TV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 시키려고 했느냐는 상대 후보의 질문을 받고 그런 적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3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 지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향후 5년간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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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4일 정치
워싱턴의 정치 빌런, 풀려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형을 선고받은 최측근 로저 스톤을 10일 전격 사면했다. 로저 스톤은 트럼프의 40년 지기이자 대선 캠프의 참모였다. 그는 감옥에 가기 나흘 전, 자유의 몸이 됐다.

핵심 요약: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스톤은 증인 매수와 위증 등 7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면 발표는 수감일을 늦춰 달라는 스톤의 요청을 항소 법원이 기각한 지 1시간 만에 나왔다. 미국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전대미문의 역사적 부패’라며 비판하고 있다.
어둠의 킹메이커: 그는 흑색선전과 돈만 있으면 미키마우스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40년 동안 미국 정치권을 흔들었다.
  • 성공한 ‘닉슨 덕후’: 로저 스톤은 닉슨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닉슨의 얼굴 문신을 등에 새겼을 정도다. 그는 대학 시절 닉슨의 재선 캠프에 합류하며 정치에 입문했고 19살의 나이로 ‘워터게이트’ 사건의 최연소 연루자가 됐다. 이때부터 ‘흑막 정치의 전설’이 시작됐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킹메이커로 활약하기도 했다. 막말과 음모, 폭로로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전략이 주특기다.
  • 트럼프의 비선 실세: 스톤은 1988년부터 트럼프에게 대선 출마를 권유했다. 그는 “트럼프는 정계에서 말을 찾아 헤매는 기수에게 명마와도 같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자 갈고닦은 정치적 ‘술수’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최대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하기 위해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폭행 루머를 퍼트렸고, 힐러리 캠프의 이메일 수천 건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2016년 미국 대선은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로 불렸다. 스톤은 공식 직함이 없었지만, 대선 캠프의 가장 강력한 실세였다. 
  • 어록: 그는 권모술수 앞에 당당하다. “무명보다 악명이 낫다”, “정치는 추잡한 사람들을 위한 쇼 비즈니스”라는 말에서 그의 정치 철학을 알 수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킹메이커 로저 스톤〉을 만든 모건 페흐머 감독은 스톤을 향해 “정치적 암흑 예술의 전문가”라며 “부도덕하고 지저분한 일을 하고 싶다면 로저에게 맡기라”고 했다.

네버 엔딩 자충수: 트럼프의 이번 결정을 두고 언론은 ‘닉슨조차 건너지 못한 선을 넘은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한다.
  • 백악관 참모들은 정치적 후폭풍을 이유로 사면을 반대했다. 트럼프의 ‘호위무사’인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마저 말렸다고 한다.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이끈 로버트 뮬러 전 특별 검사는 “스톤은 형이 확정된 중범죄자”라며 사면 결정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썼다.
  • 잇단 자충수와 측근의 폭로로 트럼프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에 이어, 14일 트럼프의 조카 메리가 트럼프의 대학 부정 입학 등을 주장한 책을 출간한다. 9월에는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의 측근이 《멜라니아와 나》라는 책을 낸다.

볼드모트가 된 트럼프: 《워싱턴 포스트》는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찍은 광고물에 트럼프의 이름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대선 승리는 물론 상·하원 선거를 모두 싹쓸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련 주제 읽기: ‘메모광’ 트럼프 전 보좌관의 폭로 , ‘분열의 정치’에 무너지는 트럼프
2020년 7월 13일 정치
애도하거나 애도할 수 없는 죽음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0시 서울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락이 두절된 지 13시간 만이었다. 같은 날 오후 11시에는 6·25 전쟁 영웅인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이 향년 100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광장에는 두 죽음을 애도하거나 애도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였다.

핵심 요약: 추모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데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55만 명이 참여했다.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도 제기된다. 백 장군에 대해서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에 현충원에 안장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 인권 변호사, 시민운동가 출신의 3선 서울시장이다. 국내 최초로 성희롱 사건의 변호를 맡았고, 소액 주주 권리 찾기, 국회의원 낙선 운동, 1인 시위 등을 주도해 시민 사회 운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례는 5일간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진다.
  • 실종 전날인 8일 오후, 박 시장의 전직 비서가 2017년부터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 박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내고 “서울 시민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이라며 애도했다. 여권 주요 인사들은 빈소를 찾아 박 시장의 업적을 추모했다. 서울시청 앞 시민 분향소에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조문을 보류했다. 정의당 일부 의원에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조문을 거부했다. 피해자 2차 가해가 우려되고, 서울시 5일장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5일장 반대’ 국민 청원 참여 인원은 이틀 만에 50만 명을 넘겼다.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 6·25 전쟁 영웅이다. 전쟁 초기의 전세를 뒤집은 ‘낙동강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다. 휴전 회담 한국 대표, 합참의장, 주중 한국 대사,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 장례는 5일간 육군장으로 치러진다.
  • 백 장군은 일제 강점기 때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간도특설대는 일본 괴뢰국인 만주국이 항일 조직을 토벌하기 위해 만든 부대다. 백 장군은 2009년 친일 반민족 행위자 명단에 포함됐다.
  • 미래통합당은 백 장군의 인생이 “대한민국을 지켜 온 역사 그 자체”라며 애도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백 장군의 공로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해 작지 않다”며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친일 논란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백선엽 씨는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장본인”이라며 현충원 안장에 반대했다. 백 장군은 대전 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결론: 두 죽음 앞에서 애도하거나 애도할 수 없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언론의 책임은 없을까. 주말 사이 수천 건이 넘는 부고 기사가 쏟아졌다.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죽음을 앞다퉈 전했고, 유력 인사들의 말을 빌려 고인의 삶을 압축했다. 애도할 틈도, 공과를 반추할 여유도 없이 논쟁이 점화됐다. 뉴욕타임스의 편집자 윌리엄 맥도널드는 부고 기사를 “과거를 비추는 백미러”라고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사후 발표를 전제로 생전에 부고 인터뷰를 수시로 갖는다. 인생의 부분이 아닌 전체를 꿰뚫고 역사가 녹아 있는 부고 기사가 나오는 배경이다. 광장의 인파는 잘못이 없다.
2020년 7월 10일 정치
트럼프와 아이비리그의 개학 전쟁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이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행정 명령을 중지시켜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6일 가을 학기에 온라인 수업만 듣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고 강제 추방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미국의 유학생은 지난해 기준 109만 5299명으로, 미국 대학의 평균 외국인 유학생 비율은 15~20퍼센트에 달한다.

핵심 요약: 학교가 트럼프의 새로운 타깃으로 부상했다. 트럼프는 학교 정상화를 시작으로 경제를 재개해 11월 대선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이 소송을 걸고 교육계와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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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7일 정치
여성 최초 방위상, 도쿄도지사, 그다음은?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고이케는 5일 치러진 선거 결과, 역대 두 번째로 많은 366만 1371표를 획득해 당선됐다. 전체 유권자의 59퍼센트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NHK는 개표 4초 만에 ‘당선 확실’ 속보를 내보내기도 했다.

핵심 요약: 2016년 여성 최초의 도쿄도지사라는 기록을 쓴 고이케는 재선에 성공하면서 여성 최초의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흔들리고 있는 아베 정권이 도쿄도지사 선거를 계기로 의회를 해산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고이케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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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6일 정치
국정원장 박지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박지원 전 국회의원을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했다. 이날 청와대는 외교·안보 라인을 대거 교체했다. 서훈 현 국정원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통일부 장관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맡는다.

핵심 요약: 대통령과 껄끄러운 과거가 있고 여당 소속도 아닌 정치인을 국정원장으로 파격 발탁한 배경에는 남북 관계가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특사 자격으로 북쪽 인사와 접촉해 6·15 남북 정상 회담을 이끌어 냈다. 최근 급속히 악화된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찾기 위한 기용으로 풀이된다.
박지원은 누구인가: 1942년생으로 올해 78세인 박지원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정치 9단’으로 불린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 전남 진도 출신인 박 후보자는 단국대를 졸업하고 1972년 미국으로 건너가 가발 사업으로 성공했다. 미주 지역 한인회 총연합회장을 지냈다. 1983년 미국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정계에 입문한다.
  • 박 후보자는 2000년 6·15 남북 정상 회담의 주역이다.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던 박 후보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특사 자격으로 중국 상하이 등지에서 북쪽 인사와 접촉해,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정상 회담을 성사시켰다.
  • 인생 최고의 순간이 훗날 발목을 잡는다. 박 후보자는 2003년 대북 송금 특검 수사 과정에서 6·15 남북 정상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에 4억 5000만 달러를 불법 송금하는 데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옥고를 치른다.
  • 박 후보자와 문재인 대통령은 앙숙이었다. 둘은 2015년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설전을 벌였다. 패배한 박 후보자는 2016년 국민의당에 합류, 2017년 대선까지 문 대통령을 공격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판을 멈춘다.

왜 박지원인가: 최근 급속히 악화된 남북 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한때 앙숙이던 ‘비문’ 인사를 정권 핵심인 국정원장에 앉힐 만큼 남북 관계 개선이 시급했다는 방증이다. 청와대는 국정원장과 함께 안보 ‘투 톱’인 국가안보실장에도 ‘북한통’을 기용했다.
  • 서훈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국정원에서 30년 넘게 북한 업무를 해왔다. 20년 전 6·15 남북 정상 회담 당시 국정원 대북전략조정단장으로 박지원 특사를 도와 북한과 비밀 협상을 벌였다. 북·미 정상 회담 개최에도 기여했다.
  • 박 후보자는 지난달 1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남북 간 백 가지 합의를 해도 북·미 간 합의가 안 되면 한 가지도 실천할 수 없다”면서 남북 특사들이 만나 남북 정상 회담을 성사시키고, 한미 정상 회담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실제로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북·미 정상 회담 추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그리고 이틀 뒤 국정원장에 박지원 후보자를 내정하는 등 외교·안보 라인 인사를 발표했다.

전망: 청와대가 외교·안보 라인에 북한통을 집결시켰지만 주변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용 이벤트로 북·미 정상 회담에 불려 나올 마음이 없고, 트럼프 대통령도 더 이상 북한을 이벤트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북핵 문제는 미국 유권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재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2020년 7월 6일 정치, 사회
차별 금지, 7전 8기
성별, 장애, 나이,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을 공개하고 국회에 제정을 촉구했다.

핵심 요약: 법안은 차별의 대상을 구체화하고 차별을 표현, 조장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이후 7차례 발의됐다 무산된 법안이 이번에는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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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3일 정치
푸틴의 ‘답정너 국민 투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허용하는 개헌안이 국민 투표 결과 78퍼센트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이로써 푸틴 대통령은 16년의 집권에 이어 두 차례 더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당선되면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된다.

핵심 요약: 차르 푸틴의 시대가 열렸다. 푸틴은 국민 투표에서 압승하면서 종신 집권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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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일 정치
우리가 아는 홍콩은 없다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침해하는 중국 정부의 홍콩 보안법이 6월 30일 밤 11시 전격 시행됐다.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홍콩 보안법의 전문은 국가 분열, 중앙 정부 전복, 테러, 외국과 결탁한 안보 범죄 등 4대 범죄를 최대 무기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 첫날인 1일 300여 명이 체포됐다.

핵심 요약: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30일 162명의 위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홍콩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공표했다. 이로써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은 폐기되고 홍콩 시민의 정치적 자유가 박탈당하면서 권위주의 통치가 시작됐다.
제2의 주권 반환: 국가 분열, 안보 범죄 등을 예방하고 처벌하려는 목적의 홍콩 보안법은 전체 66조로 구성되어 있다. 홍콩의 기본법보다 보안법이 우선시돼 홍콩 역사상 두 번째 주권 반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보안법이 열거한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대 범죄는 최고 무기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지난해 범죄자를 본토에 인도하는 내용의 송환법이 촉발한 반중 시위나 ‘홍콩 독립’ 등의 구호도 처벌 대상이 된다.
  • 홍콩의 통제 체제는 중앙 정부 직할로 재편된다. 안보 관련 사안의 관할권은 중앙 정부가 설치한 홍콩 국가 안보처가 가져가고 기소와 재판은 중국 본토에서 맡는다. 홍콩 정부 산하에는 안보 업무를 관리하는 ‘국가 안보 수호 위원회’가 설치된다.
  • 홍콩 영주권자뿐 아니라 기업과 비영주권자에게도 적용되어 벌금을 부과 받거나 심한 경우에는 추방될 수 있다. 공직 선거 출마자나 공무원 임용자는 중화 인민 공화국에 충성 맹세를 해야 하고, 학교, 사회단체, 미디어, 인터넷에 대한 관리, 감독이나 국가 안보 교육도 확대된다.

위축 효과 현실화되다: 벌써부터 홍콩 내 민주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검거가 시작됐다.
  • 인터넷에는 체포 가능성이 큰 54명의 명단을 담은 블랙리스트가 돌고 있다. 빈과일보 발행인 리즈잉, 2014년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었던 조슈아 웡 등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을 비판하던 홍콩 시민들의 트위터 계정 삭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인터넷 검열을 피할 수 있는 가상 사설망(VPN) 소프트웨어 판매는 급증했다.
  • 홍콩 독립 성향의 데모시스토당, 홍콩민족전선, 학생동원 등은 활동 중단, 해산을 선언했다. 홍콩독립연맹을 창설한 웨인 챈은 6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으로 근거지를 옮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 허브 무너지나: 홍콩이 누려 왔던 아시아 금융 허브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 미국은 중국 반환 이후 ‘고도의 자치’를 누려 왔던 홍콩에 적용해 온 수출 허가 예외 등 특혜 조치를 철회하고 홍콩 자치권 훼손과 관련된 중국 관리에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 이번 조치로 글로벌 금융 자본과 기업, 인력이 대규모 유출되는 이른바 ‘헥시트(홍콩+엑시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은 영국 해외 시민 여권을 가진 홍콩 시민 30만 명의 영국 체류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했다.

전망: 1호 체포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조슈아 웡은 “이전까지 세계가 알던 홍콩은 종말을 고했다”며 “테러 통치의 시대로 들어간다”고 했다. 전 세계는 홍콩이 국제도시에서 중국 도시 중 하나로 편입되는 역사의 한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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